대한민국이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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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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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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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우
우리의 평소 삶이란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큰 걱정 없이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밥 먹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다. 가정에 누가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집안의 분위기도 가라앉고 가족 모두가 아픈 듯하고 걱정도 많아지게 된다.

봄이 오는 길목에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 19라는 감염병 때문에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하다. 이것은 정치나 경제 문제도 아니고 바로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자고 나면 새로운 환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씩 한꺼번에 쏟아지고, 일부는 사망했다는 소식이 불안 상태를 넘어 두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예방백신이나 치료 약이 없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전 국민의 스트레스가 지금보다 심했던 때가 언제 있었던가? 처음 생긴 바이러스여서 어떤 형태인지 전문가인 의사도 모른다니 더 두렵고, 우리 몸이 이런 바이러스에 처음 경험하게 되니 항체가 없다는 것이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다. 인간은 상상하던 모든 것을 만들어서 달나라도 가고 인공위성도 띄웠지만 새로 생긴 바이러스를 잡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가?

2015년 메르스라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186명이 감염되어 38명이 사망했다. 그때도 불명예스럽게 메르스 발병국 중에서 한국이 대규모 감염 국가가 되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지금은 감염자 수가 4000명을 넘었는데도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이런 사태가 5년 전에 이어 다시 우리를 덮쳤다. 의료 수준과 보건 환경 그리고 국민 의식이 분명히 문명국 수준인데, 감염병이 생길 때마다 우리가 최대 감염국이 되니 허탈하고 분노까지 치밀어 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여태껏 쌓아 올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금자탑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지금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외출 자제, 손 씻기, 마스크 착용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다. 하루에 천 이백만 장이나 생산되는 물건인데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정부가 용감하게 칼을 빼 들었다. 내일이면 된다고 했다가 허탕을 친 국민의 불만에 고개를 숙이더니 모레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살 수가 없다. 중심 없이 허둥대는 정부 발표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마스크 착용인데 돈을 들고도 살 수 없다. 마스크 대란이다.

역사 속에 민심의 흐름을 보자

조선 시대 세종, 성종, 정조를 대표적인 성군으로 평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계급 의식이 엄하고 뚜렷했던 시대였지만, 낮은 곳에 있는 힘 없고 어려운 백성의 편에서 각종의 창의적인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농경 사회인 조선 시대에 가뭄이 심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 임금의 덕이 부족하여 하늘에서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여 기우제도 지내고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 시대는 백성을 위하는 방법이 그렇게 나타났다.

박정희 대통령 때 매년 연두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한번은 배석한 농림부 장관을 가리키며 저 자리는 하늘이 붙였다가 떼었다 한다고 했다. 가뭄과 병충해가 심해서 흉년이 들면 큰 잘못이 없어도 농림부 장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심을 달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것이다. 고전에 나오는 민심과 관계된 것을 보자. 공·맹 사상을 체계화한 순자에“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니,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도 있다.

제5공화국의 전두환 정부 시절 일이다.

가을이 되어 다 자란 벼 이삭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모두 하얗게 말라버리는 백수현상이 있었다. 그 당시 연로한 농민들은 평생 농사를 지어도 이런 흉년은 처음이라고 탄식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억지로 빼앗은 바르지 못한 정권에 대해 하늘이 재앙을 내린 것이었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옛날과 달라서 민심이 들끓고 더 심하면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관 한 사람 임명을 두고 나라가 두 쪽으로 나뉘어서 서울 한복판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장관은 국정을 살펴서 국민의 안정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공무원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한데, 오히려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엄청난 국력을 소모했다. 시간이 흘러서 그 여진이 조금씩 잦아드는 듯하더니, 이제 감염병이 17개 시도 전체로 번지고 있다. 그 여파로 대구는 하늘길도 막히고 가고 싶어도 타

지역으로 가지도 못하고, 타지에서 대구로 오고 싶어도 겁이 나서 오지도 못 하는 상태이다. 조선 시대 역병이 생기면 관군이 길목을 지키면서 그 지역을 봉쇄했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그 집과 평소 사용하던 물품을 모두 불살라 버린다. 대구 경북 시·도민은 스스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조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주 당·정·청 회의에서 TK를 봉쇄해서 코로나를 잡겠다고 했다. 어떻게 조선 시대 같은 그런 엉뚱한 발상을 했을까?

서민 경제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 최대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의 대부분 상가가 문을 닫았으며, 시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가 찾는 병원 응급실도 폐쇄되었다. 학교의 휴업은 학교장이 판단하여 실시해 왔는데 국가에서 모든 학교에 휴업 조치를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종교 시설뿐만 아니라 크든 작든 사람이 모이는 일은 모두 금하도록 행정지도를 통해 여러 차례 권장하고, 국민 모두는 자진해서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놀라운 시민 정신을 보이고 있다. 정치의 심장이라는 국회도 일시적이나마 폐쇄되었기도 했으며,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을 여행 기피 대상국으로 지정하였고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랑스럽던 대한민국이 코로나의 충격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멈춰 서 있다. 이영우 前 경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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