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의료진이 지쳐간다

의사·간호사 최전선서 사투
중무장한 채 환자 밀접접촉
땀 범벅·휴식 시간 부족 등
체력적 한계 도달… 빨간불
최악 조건 하루하루 버텨내
대체 의료인력 투입 시급

지쳐가는 ‘의료영웅’ 지난 2일 ‘코로나19’ 전담 병원인 상주시 상주적십자병원에서 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코로나19’와의 전쟁터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의사·간호사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매일 확진 환자들과 마주하는 이들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최후의 보루다. 이들이 쓰러지면 안된다.

하지만 이들은 최악의 조건에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아직도 밖에는 3월의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반팔차림의 의료복만 입고도 땀에 뒤범벅이 된 채 밖으로 나오는 모습에서 이들이 얼마나 코로나와 힘든 사투를 벌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이마엔 고글을 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음압병실이나 응급실 등 위급을 다투는 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업무는 그야말로 최전선 전시상황에 투입된 것이나 다름없다. 매일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다보니 체력적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환자 채혈, 주사, 수액 투여, 경구약 투여, 호흡곤란 환자 대상 산소 요법 등 대부분의 업무가 환자와 밀접접촉하는 일이다 보니 체력이 금새 바닥난다. 그렇다고 단순한 의료복만 입고 일하는 게 아니라 방호복에 N95마스크, 멸균장갑, 고글까지 착용하는 등 중무장한 채로 환자를 다루다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지난 1일 대구에 내려와 3일째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부부가 반발차림인데도 땀에 뒤범벅이 된채 병원에서 걸어나오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최전선에 뛰어든 의료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확진자들이 밀집해 있는 응급실 투입이 오래되다보니 체력이 금방 바닥나는 것 같다”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야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303개의 코로나19 환자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이곳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20~30명 정도의 환자를 돌본다. 이들을 힘들어 하는 건 환자 수만이 아니다. 통풍이 잘 안 되는 레벨D 방호복이 일을 더 힘들게 한다.

특히 방호복에 N95마스크, 멸균장갑, 고글까지 착용하고 나면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가빠 올 정도니 답답하다. 심지어 일부 간호사는 압박을 견디다 못해 구토까지 하기도 한다.

확진환자들에게 직접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며 밀접접촉 하는 간호인들의 감염위험도 그 만큼 높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간호사 감염사례도 있었다. 지난 1일 대구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던 국립교통재활병원 파견 간호사 1명이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대구 최초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대구의료원에 입원한 지난달 18일 이후 2주나 지났지만 대구의료원 간호사들은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병실로 투입되는 등 전시와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9일까지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다 이달 들어서야 겨우 3교대로 전환됐다.

지친 이들에게 희소식은 전국에서 몰려 온 의료지원군이다.

대한간호협회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전국에서 1297명(환자치료 877명, 선별진료센터 420명)의 의료인들이 대구로 내려와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김무진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