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의 ‘탁란공천’, 붉은머리 오목눈이 안될까?
  • 손경호기자
통합당의 ‘탁란공천’, 붉은머리 오목눈이 안될까?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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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철새인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한다. 즉, 탁란(托卵)을 한다. 물론 뻐꾸기의 알이 월등하게 크다. 하지만 크기가 아닌 색으로 알을 구분하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는 뻐꾸기의 알을 자신의 알로 알고 키운다.

이부영·이우재·안영근·김부겸·김영춘. 한나라당 탈당파, 일명 ‘독수리 5형제’이다.

보수정당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들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기여를 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부겸·김영춘 의원은 민주당 후보로 동진정책의 전사(戰士)가 되어 TK, PK지역에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당선됐다. 이들은 정치권 ‘탁란’인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4.15 총선에서 지역구 무공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비례대표 공천만 한다.

안철수계 출신 정치인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대거 미래통합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김중로·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찬열·임재훈 의원 등이다. 이들 외에도 국민의당 수석 최고위원을 지낸 장진영 변호사도 입당했고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은 김삼화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강서병에는 안철수계(김철근)와 유승민계(이종철)가 맞붙었다. 김근식, 문병호 등 옛 안철수계 인사 가운데 공천이 확정된 사람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안철수계 인사들이 공천장을 받는데 성공할 것이다.

정당은 정권 창출을 위해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집단이다. 즉, 정치결사체이다.

그런데 통합당에 입당한 안철수계 인사들이 보수를 가치로 여기는 인사들인지 의아함을 갖게 한다. 단순히 4.15 총선 출마를 위한 새로운 둥지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패스트트랙 충돌로 이들의 생각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다.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이들의 갑작스러운 결합은 지지자들의 동의를 얻기도 힘들고 단순히 ‘적과의 동침’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들 말고도 황당한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경기 고양정에 공천이 확정된 김현아 의원이다. 비례대표로 등원한 김 의원은 2016년 12월 21일 새누리당 탈당 결의 35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바른정당과 상당수 행보를 같이했다. 결국 윤리위원회에서 2017년 1월 18일에 ‘당원권 3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김 의원은 당원권 정지가 해제될때까지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김 의원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한나라당(통합민주당+신한국당) 출범 당시 통합민주당 소속 전국구였던 이미경, 이수인 의원 등은 한나라당 당론을 따르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다가 당에서 제명당했다. 이후 이미경 의원은 새천년민주당에 참여해 5선의원으로 당선되며 민주당 중진으로 활동했다. 이 의원은 통합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행동에 비판의 여지가 없다.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키우면 적은 수의 뻐꾸기만을 키울 수 있지만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으면 보다 많은 뻐꾸기를 키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뻐꾸기알의 특징 중 하나는 둥지 주인 새의 알과 같은 모양, 색상의 알을 낳는다는 점이다. 다른 알보다 일찍 부화한 어린 뻐꾸기는 본능적으로 둥지에 남아있는 알과 부화한 아기새를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특히 아기 뻐꾸기는 오목눈이 어미새가 가져다주는 모이를 먹으며 자라난 뒤, 뻐꾸기 엄마가 부르면 따라 가버린다고 한다.

미래통합당에게 결실의 시간일지, 뻐꾸기 알을 키워주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선거 공학적 결합인지, 화학적 결합인지 확인 가능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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