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지연, ‘내로남불’ 아닌가
  • 권재익기자
선거구 획정 지연, ‘내로남불’ 아닌가
  • 권재익기자
  • 승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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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요즘 가장 핫한 유행어가 아닌가 싶다.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말은 사회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요즘 정치권을 보면 이 같은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지난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오는 4·15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획정위는 전체 300석 중 지역구 의석은 253석으로, 이전과 변동이 없고 지난해 1월 기준 전국 선거구의 평균 인구를 토대로 ‘하한 13만6565명, 상한 27만3129명’의 획정 기준에 따라 획정안을 마련했다.

이 획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24조 11항에 보면 획정위는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동법 제24조2의 1항에는 국회는 국회의원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한다(2016년 3월 3일 개정)고 분명히 명시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기관인 국회는 21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확정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는 비단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17대(37일), 18대(47일), 19대(44일), 20대(42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약 40여일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해 유권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누구보다도 법을 지키고 수행해야 할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에 명시된 일들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으니 한 숨이 절로 나온다. 핑계거리로 ‘지난 20대 일부 예비후보들이 선거구 확정이 늦어 피해를 호소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했지만 헌재가 이를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전례가 있어서 일까?’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선거구 확정이 늦어지면서 사회전반에 올 혼란은 안중에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선진국가인 미국의 경우 상·하 양원으로 나눠 상원의 경우 선거구 조정 없이 50개 주에서 나란히 2명씩 100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선거구를 조정하되 조정된 선거구는 그 다음 선거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진정한 시민들의 대변인을 선출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매번 선거가 코 앞에 와서야 선거구를 조정해 유권자들의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마당에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면 유권자들의 혼란은 물론 새롭게 정치무대에 도전하려는 신인 정치인들의 혼란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일부 지역은 이미 후보들의 공천이 끝난 곳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지역은 지역구를 돌며 표밭 다지기를 열심히 해 놨음에도 선거구가 조정돼 새롭게 선거운동을 해야 하니 이들의 수고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유권자들은 언제 후보를 판단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할지 참으로 막막할 것이다.

특히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도 마찬가지로 선거구 조정으로 선거비용 제한액을 다시 정해야하고 각종 선거와 관련된 업무를 새롭게 바꿔야 하는 등 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법을 어기면 지체 없이 제재를 가하면서 이들은 법을 위반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에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미 지난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이런 폐단은 신속히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 속에 어우러진 정치, 국민 모두가 웃으며 함께 걸어가는 정치시대가 열리길 꿈꿔 본다. 권재익 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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