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텃밭 경북 중진 왜 안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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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텃밭 경북 중진 왜 안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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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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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대구·경북지역 공천결과는 ‘피의 숙청’이었다. 현역의원 7명이 컷오프 됐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5명을 합치면 20명 중 12명이 공천에서 배제된 셈이다. 문제는 이번 공천이 경북지역에 유독 피바람이 몰아쳤다는 점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중진이 전멸하는 바람에 향후 당내 경북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예산 홀대로 인한 현안사업까지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통합당 공관위는 지난 6, 7일 이틀에 걸쳐 대구·경북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6일 공천 발표에서 현역의원 중 곽상도, 김상훈, 윤재옥, 추경호, 송언석, 이만희 의원이 공천을 확정했다. 반면에 김재원, 강석호, 정태옥, 백승주, 김석기, 곽대훈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어 7일에는 남은 경북 두 곳 중 포항 남·울릉지역 재선 박명재 의원을 컷오프 하면서 문충운과 김병욱 예비후보를 경선에, 북구에선 김정재 의원을 강훈 예비후보와 경선에 부쳤다. 이로써 TK지역 현역 교체비율은 61%에 달한다.

TK는 통합당의 텃밭이다. 밭에 뿌린 씨가 썩거나 작물이 잘 자라지 않으면 텃밭을 갈아엎고 씨를 새로 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합당이 존재하기까지 TK는 텃밭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온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촛불과 탄핵정국에서도 기울어가는 보수당에 TK는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수확 부진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물을 잘 키워온 텃밭을 갈아엎는 것은 아예 농사를 짓지 말자는 것이나 뭐가 다른가.

이번 TK 공천 문제점은 공관위가 내세운 공천기준에서도 알 수 있다. 당초 공관위가 혁신공천 기조로 내세운 △친박계 청산 △지방선거 결과 반영 △사회적 물의 인사 배제 등 원칙이 과연 지켜졌는지 의문이 든다. 포항 남·울릉 현역인 박명재 의원 경우엔 위의 혁신기준 어디에도 저촉되지 않는데도 컷오프 됐다. 반면 대구에서 공천을 받은 추경호, 곽상도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신 진박 논란을 빚은 장본인인데도 불구하고 공천을 따냈다. 공관위의 칼이 과연 공정하게 작동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대구가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5명이 생환한 반면 경북은 초선 2명만 겨우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이번 21대 국회에서 경북은 재선의원이 최다선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써부터 지역에서는 예산확보와 국책사업 유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인 것처럼 정치도 너무 오래하다 보면 타락할 수 있다. 이럴 땐 물갈이를 통해 다시 생기가 돌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 정권의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이 많은 폐단을 양산하고 있는 것처럼 젊고 새로운 것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중진과 신인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훌륭한 정치가 꽃피게 된다. 현재 당이 어렵다고 해서 원칙과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당을 위해 헌신한 중진들을 쓸어버린다면 그것은 보수 수권 정당으로서의 처신이 아니다. 통합당이 아마추어 정권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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