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인정의 정권
  • 뉴스1
불인정의 정권
  • 뉴스1
  • 승인 2020.0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35대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에 의한 비극적 죽음으로 겨우 3년 가까이 대통령직에 있었지만 그는 오늘날까지 미국 자유주의에 대한 상징적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직후의 일이다. 정적들에 의해 하버드 대학교 재학시절 시험도중에 컨닝한 것이 폭로되었다. 그 사실은 곧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케네디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되자 참모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라고 종용했지만 케네디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며 지금도 매우 부끄럽게 여긴다”라고 실토했다. 그것으로 상황은 말끔하게 종료되었다. 만약 케네디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시인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했을 것이며, 그 다음에는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더 큰 거짓말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극성스런 언론과 정적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결국 진실을 밝혀냈을 것이고 그땐 이미 국민신뢰도는 회복불능상태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실수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자신의 일에 절박한 이유와 구차한 변명으로 합리화 한다. 두 번째는 남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전가한다. 세 번째는 자기반성 능력이 없기에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깨닫지 못한다. 네 번째는 자기중심적이며 오만하고 교만하여 자신이 잘못하였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이런 품성을 가진 사람은 리더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가지도자가 된다는건 끔직하게 안 될 일이다.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책임을 회피하지 아니하고 어떤 상황과 결과이던 지간에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잘못을 인정 할 줄 아는 사람은 대범하고 정직하며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실수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강요받은 굴복이 아니라 자긍심 있는 사람이 선택하는 주도적인 행동이라 여기는 까닭이다.

인정하지 않으면 개선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이 정권의 경제, 안보, 외교에 대한 실정을 차치하고서라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하기야 국무총리부터 시작하여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등을 지낸 인사 70여명이 총선으로 뛰쳐나가고 새로운 아마추어 인사들로 채워졌으니 오죽하겠으랴만 진짜 문제는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젠 이 정부가 남탓하는 것에 넌더리가 난다. 도대체 청와대는 국정운영과 국가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오직 정권유지를 위해 얼굴을 알리는 광고회사이자 명함제작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머릿속에는 오직 선거만 들어있으니 행여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며 정치적 논리와 시각으로만 바라보니 국가적 재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생수 한 병 사려고 단골집 작은 마트에 들렀는데 풀죽은 표정의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요. 오늘 총매출이 만 오천 원이예요.” 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는 근근이 버티던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꺼져가는 불씨에 찬물을 들이 부은 격이다. 그러고 보니 문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에 무엇 하나 속 시원한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는 자꾸만 어려워지고 국민 분열은 극도로 심화되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자부심은 여우비에 잠시 뜬 무지개처럼 사라지고 국제관계에서 국격은 급속도로 격하됐으며, 중국과 북한에 굴종하는 모습에 국민의 자존심은 구겨지고 짓밟혔다. 중국발 코로나19는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으로 확산일로이고, 마스크를 사려고 늘어선 긴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문대통령 임기가 불과 절반을 조금 지나고 있는데 온 나라가 너덜너덜 해진 기분이다. 무능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되는데 무능에 오만과 남탓까지 겸비했으니 남은 2년간 나라가 얼마나 더 어려워질지 한숨만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한 가지가 있긴 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그 공약이다. 텅빈 거리를 걸으며 쓴 웃음만 흘린다. 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