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TK ‘무풍(無風)주의보’
  • 모용복기자
4월, TK ‘무풍(無風)주의보’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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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텃밭 대구·경북지역
절반이상 물갈이 파장 확산
낙천자들 속속 무소속 출마
홍준표 수성을 무소속 등판
무소속 연대 가속화 가능성
민주당 보수 텃밭 균열 틈타
TK 입성 성공할지도 관심사
김형오, 공천책임 사퇴 불구
공천 원점 재심사 어려울 듯
모용복 기자
4월, 다시 무풍(無風·무소속 바람)이 불 조짐이다. 제21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기어이 선거는 치러질 전망이다. 바이러스로 숨죽이고 있던 정치권이 갑자기 ‘가마솥에 콩 볶듯’ 시끌벅적하다. 공천 뚜껑이 열리자 여기저기서 불만과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중 보수 텃밭인 영남지역은 미래통합당 현역 절반 이상이 물갈이 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과 일찌감치 지역에서 표밭을 다져온 출마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또다시 ‘무풍’이 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맞섰다 괘심죄에 찍혀 ’꼼수 공천’으로 강제 축출된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대구민심이 요동쳤다. 무엇보다 공관위가 정면승부를 벌이기보다 유 의원 스스로 탈당토록 진을 빼는 비겁한 공천전략을 구사한 데 대해 민심이 등을 돌렸다. 텃밭이 붕괴될 조짐이 일었다. 유 의원이 일으킨 무소속 바람은 결국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철옹성과도 같던 보수성지에 깃발을 꼽는데 성공하게 만들었다.

2년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돌풍이 더욱 거세게 불었다. 탄핵정국 영향에다 한국당(전 새누리당)의 ‘막장공천’ 영향이 컸다. 결과는 참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한국당에게 성지나 다름없는 구미지역 단체장을 민주당에 넘겨줬다. 민주당은 비록 대구에서는 단체장을 한 곳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후보를 내지 않은 한 곳을 제외한 7곳에서 모두 한국당과 팽팽한 구도를 형성해 TK지역 입성(入城)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TK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2년 후, 대구경북에서 통합당은 또다시 공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무더기로 컷오프된 것도 그렇지만 공관위의 공천배제 적용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데 불만이 컸다. 급기야 김형오 공관위원장에 대한 사천(私遷)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역구에 사무실도 없고 면접장에도 나오지 않은 인사가 공천을 받고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예비후보들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탈락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총선을 위해 지역에서 차곡차곡 텃밭을 다져온 출마자들에겐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관위의 이른바 ’낙하산 공천’에 대한 후폭풍이 현실화 되고 있다. 낙천(落薦)자들은 공천에 대한 부당함과 비난 수위를 높이는 한편 속속 무소속 출마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무소속 출마가 총선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연대 움직임이 일고 있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경북지역에서 무소속 연대 움직임은 북부에서 신호탄을 쐈다. 안동·예천 권오을·권택기 전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무소속 단일화에 합의하고 조만간 단일 후보를 내기로 했다. 전직 국회의원 프리미엄에다 안동 인구 중 가장 많은 성(姓)씨인 안동 권 씨 두 후보의 단일화는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권영세 현 안동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국당 후보를 누르고 단체장 자리를 거머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경주에선 정종복 전 의원이, 대구 북 을에선 주성영 전 의원이 공천 탈락에 반발해 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경주에선 정 전 의원 외에 김석기 의원, 이채관 예비후보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단일화를 통한 연대가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한폭탄은 홍준표 전 대표다. 연일 황교안 대표에게 보낸 ‘공천 SOS’가 무위로 끝나자 홍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갈아타고 총선 출사표를 냈다. 그가 무소속 말뚝을 꽂은 곳은 대구 수성못 부근, 바로 주호영 의원이 수성갑으로 옮겨가면서 비게 된 수성을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민족시인 이상화 시(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배경이 된 곳이다. 홍 전 대표는 ‘빼앗긴 정권을 되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공천에서 탈락한 친홍(親洪) 곽대훈, 정태옥 의원 등이 합세하면 TK지역 무소속 연대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의 등판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통합당 공천 파열음에 대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보수진영 후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등판할 경우 3파전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잘만 하면 어부지리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미 지난 두 번의 선거를 통해 TK지역에서 국회의원과 단체장을 배출한 알토란 같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곳곳에서 텃밭 주인을 위협하는 선전을 펼쳐 보수 방어막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TK 입성을 위한 최대 기회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연일 공천 파열음이 고조되는 통합당을 보는 지역민들 마음은 불안하다. ‘시대의 강’을 넘어 새로운 보수를 재건하겠다는 보수 수권정당의 행태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반발이 폭증하자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결국 지난 13일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서울 강남병 전략공천 논란에 따른 따른 책임과 섭섭함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금까지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잡음들의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김 위원장의 사퇴로 통합당 공천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탈락한 출마자들은 공천이 재심사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공천권을 따낸 인사들은 혹시 번복이 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공관위를 새로 구성해 공천을 원점에서 재논의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그로 인한 역풍(逆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저래 4월 ‘무소속 태풍’은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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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2020-03-15 22:39:11
우리끼리싸우면
좋아하는쪽은 어디일까요?
대구와상관이없다들하는데
대구달서갑에서 초등.중고등학교를
졸업한후보를 그렇게몰아부치면
않되겠죠
똑똑하고 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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