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전투’의 야전사령관
  • 모용복기자
‘달구벌 전투’의 야전사령관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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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보이는 코로나와의 전쟁
그뒤엔 수많은 영웅들 있어
야전사령관 권영진 대구시장
死卽生의 각오로 전투 지휘
대구시민들 구국 정신 빛나
권영진 시장 방역대책 고삐
28일 대구 승리頌歌 울리길
“나는 이미 죽기를 각오한 몸” “죽을 때 죽더라도 이 전쟁만큼은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

고작 12척의 배로 수백 척 왜선(倭船)을 앞에 둔 충무공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야전사령관으로서 불퇴전(不退轉)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방역을 방해하는 신천지, 대구 흠집을 내려는 일부 언론, 자신을 괴롭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반감과 섭섭함도 물론 포함됐을 터.

바이러스로 인한 미증유(未曾有) 재난이 달구벌을 덮쳤다. 지난 한 달간 대구경북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특히 대구는 자고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확진환자에 속수무책이었다. 한 때 하루 국내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정부 위기대응은 계속해서 한 발씩 늦었으며 방역대책도 오락가락했다. 더군다나 강풍에 들불 번지듯 신천지로 인한 급속한 감염증 확산으로 대구는 사실상 고립무원(孤立無援)상태였다. 심지어 여권에서 ‘대구봉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장(戰場)의 최전선에 선 야전사령관 권영진 대구시장은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연일 신속한 지원과 도움을 요청했다. 매일 오전 시청 상황실에 나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했다. 그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으면 ‘코로나 추경을 선심성 예산’이라 배척하던 미래통합당을 향해서도 쓴소리 내뱉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확진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시설이 모자라자 대통령을 향해 긴급명령권을 발동하라고도 요구했다. 지난 12일엔 이철우 경북지사와 함께 정부, 정치권을 찾아 대구경북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자영업,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생계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대구와 경북 일부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선 유능한 장수가 필요하며, 승리한 전쟁에는 반드시 영웅이 있다. 그럼 달구벌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영웅은 누굴까?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문을 닫고 대구로 달려온 개원의를 비롯한 1000여명 의료인들, 환자와 의료인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 방역과 시민홍보에 휴식을 잊은 공무원들, 전국 경향각지에서 방역·구호물품을 보내온 시민, 단체, 기업인들… 이 모두가 이 싸움에서 영웅이 될 만한 자격이 있다. 그리고 빼놓으면 섭섭할 또 한 사람, 바로 ‘달구벌 전투’ 야전사령관 권영진 대구시장이다.

사실 그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확산 근거지가 된 신천지에 대해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미온적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인해 한 때 ‘권 시장은 신천지 교인’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또 신천지 교인 집단 거주지인 임대아파트에 대한 뒤늦은 코호트 격리 등 늑장대응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대구시장으로서 신천지 자원봉사단체에 표창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천지와의 유착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연일 신천지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두 번이나 신천지에 표창장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전장에서 코로나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다른 한편으론 각종 음해성 ‘가짜뉴스’와 씨름을 벌어야 하는 그였지만 안동 출신 ‘경상도 사나이’ 뚝심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사실 비박계인 권 시장이 대한민국 보수의 본산으로 일컫는 대구에서 두 번이나 시장 당선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러한 뚝심과 소탈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시장으로서 보수 정서가 강한 지역에서 곧잘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을 통해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권 시장의 소통행보는 타 지자체와 상생행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경북도와 손을 잡고 교환근무, 공무원 교류를 시행하고 나아가 대구·경북 경제공동체를 실현하는데 앞장섰다. 특히 지역감정과 정치적 이해를 넘어 광주시와 맺은 ‘달빛동맹’은 지역상생의 전범(典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와 전쟁에서 양 도시가 보여준 우정은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달빛과도 같이 빛나고 아름다웠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하루 909명 기록을 기점으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14일부터는 계속해서 두 자릿수를 유지해 오고 있다. 17일에는 대구 감염자수가 처음으로 수도권 아래로 떨어졌다. 한 때 한국인 입국을 차단하는 등 ‘코리아 포비아’를 외치던 서구 국가들은 이제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빠져 아우성이다. 전 국민 이동제한조치를 내리고 국경(國境) 문을 걸어 잠근 국가도 한 둘이 아니다. 국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 마트마다 물품이 텅텅 비었다는 현지 교민의 하소연도 들린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 속에서도 대구시민들은 너무나 차분했다. 사재기로 인해 마트에 물품이 동났다는 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인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이 있을 뿐이었다. 일제강점기 구국의 일념으로 국채보상운동을 펼쳤던 애국·희생정신이 아직 대구시민 피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위기에 빛을 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이타(利他)정신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의병(醫兵)들, 그리고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전투에 임한 야전사령관의 눈물겨운 사투(死鬪)가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권영진 시장은 대구지역 확진자 수가 두 자리대로 떨어져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방역대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달 28일을 감염병 종식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조금 더 고통을 감내할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른바 그가 제안한 ‘3·28 운동’이다. 야전사령관으로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물리치고 ‘달구벌 대첩’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오는 28일 달구벌에 승리의 송가(頌歌)가 힘차게 울려퍼질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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