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키기 위한 국궁진력(鞠躬盡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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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지키기 위한 국궁진력(鞠躬盡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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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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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가 사이렌을 켜고 출동할 때는 촌각을 다투는 사건과 관련이 많다. 대부분이 생명과 관련된 사항으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소방대원들은 각종 재난에 골든타임을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출동을 하다가 보면 애로사항이 많다. 물론 소방차를 발견하고 길을 비켜주고 싶어도 비켜줄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끔은 비켜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비켜주지 않거나 오히려 운행 중인 소방차 앞으로 끼어 들어오는 일조차 있기 때문이다. 또 교차로에서는 자기 신호라는 이유로,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소방차 앞으로 끊임없이 차량들이 지나가기도 한다.

과연 내 집에 불이 났어도 소방차 앞으로 끼어들까? 혹시 길을 터주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운전자는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를 보면 ‘안전하게 5초간 정지 또는 서행, 좌ㆍ우로 1m씩 양보,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 5분’을 위해 출동하는 소방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이렌을 울리는 소방차에게는 반드시 길을 비켜줘야 한다. 단순한 운행 시 소방차는 사이렌을 울릴 수 없도록 돼 있다. 뒤에서 소방차가 오면 옆 차선으로 비켜주고 소방차가 있는 차선으로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 앞차가 옆차선으로 비켜주고 다른 차선에서 차들이 끼어들지 않으면 빨리 달릴 수 있다. “저 느린 소방차보다 빨리 달릴 자신 있어”라고 생각돼도 소방차 앞으로는 끼어들지 말자.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를 받아도 좌우측에서 소방차가 진입할 때는 서서히 멈춰준다. 교차로에서 내 신호에 옆쪽에서 소방차가 진입하려고 하면 빨리 그 앞을 지나가려고 앞차 뒤에 붙어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앞차에 붙어 가면 뒤차와의 거리가 생겨서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은 다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앞차에 붙으면 뒤차도 내 뒤에 붙는다. 그러면 소방차는 신호가 끝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사이렌만 울릴 수밖에 없다. 한 대라도 멈춰주면 모두 멈출 수 있는데 단 한 대도 멈춰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방차가 뒤에 왔지만 신호등 때문에 가지 못할 때는 좀 멀더라도 우회전해서 돌아가 주는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자. 내가 양보해서 조금 돌아가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해 줬으면 한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돌아가 주는 배려의 마음만 있다면 아무리 복잡한 교차로에서도 소방차의 출동은 원활할 것이다. 앞차들은 안 비켜주는데 나만 비켜준다고 달라질까하는 개인주의 같은 사고는 버려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북미 유럽국가에서는 소방차나 구급차 등이 출동하면 도로에 주행 중인 차들이 정지하거나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피양을 하며 길을 열어준다. 한마디로 긴급차량이 신속히 지날 수 있도록 모두가 협조하는 것이다. 긴급 차량의 뒤를 따르는 몰염치 행위도 금지되며 긴급자동차 통행에 방해를 주었을 시 수백 달러의 벌금과 면허정지 등의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긴급차량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양보의무를 위반하는 차량이나 운전자에게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중점 단속대상은 제3자가 봐도 고의적으로 길을 비켜주지 않을 경우, 우측으로 피양할 수 있음에도 3회 이상 피양 요구를 불응하거나 20초 이상 주행하는 경우, 소방차와 소방차 사이를 끼어드는 경우, 소방차량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한 경우, 아파트 진입로 등 소방차 전용 주차선에 주차해 소방활동에 방해되는 행위, 소화전 주변 불법 주·정차 행위 등이 단속대상이다.

소방기본법상의 ‘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소방자동차의 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내용에 대한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라 하겠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법 때문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국궁진력(鞠躬盡力)의 마음가짐으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경제가 휘청거리지만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 그동안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주며 한층 성숙된 국민성으로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줘야 하겠다.

심형섭 영덕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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