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 흩날릴 때 즈음
  • 경북도민일보
벚꽃잎 흩날릴 때 즈음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0.0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덧 제21대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총선 때문에 정치권이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입법을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의 삭발에 이어 당 대표의 풍찬노숙 단식투쟁까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결국, 여야가 모두 비례 당을 만들면서 선거법만 누더기가 되었을 뿐 원점으로 되돌아왔고 선택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외교, 안보,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극명한 시각차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정권의 탄핵과 적폐청산이라는 명목하에 전 정권의 숱한 인사들이 구속되었으며,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충돌에 따른 수십 건의 고소. 고발, 조국 사태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까지 겹쳐 서로에게 앙심까지 품고 있기에 4·15총선에서 패배하면 끝장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당과 야당의 선거 전략 기획본부에서는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인지도와 지명도가 높은 인재를 영입하려 무진 공을 들였다. 곧 인선이 마무리되고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거리마다 피켓을 흔들며 속을 모두 내어줄 듯 넙죽넙죽 절하는 후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꼭 한 번쯤 진중하게 자문해봐야 할 것이 있다. 국가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만 따지지 말고, 우리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일이다. 사실 선거철이 되면 자신을 뽑아달라며 호소하는 후보들의 공약은 하나같이 대동소이하다. 요약해보면 “지역에 무엇 무엇들을 유치해서 잘살게 해주겠다.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 일자리 많이 만들겠다.”라는 등의 달콤한 공약들이다. 유권자들은 매번 속아왔기에 믿지 않으면서도 이런 공약에 귀를 솔깃해한다. 실제로 조사원이 유권자에게 어떤 정당, 어떤 인물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응답한 것과는 달리 투표결과는 지역적 편견과 이익에 부합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가 많이 나타난다. 정치인이라면 정치적 신념과 포부와 자질에 입각하여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이런 생심리를 이용하여 선거 전략에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위중한 시국에 이번 선거만큼은 사람을 선택해보자. 이쯤 되면 선거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만 이용하여 악순환을 반복하는 정치를 진정 국민의 손으로 심판할 때가 되었지 않았는가! 남발하는 공약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진정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소신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 참신한 인재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 선택하자. 그것이 국민 된 도리로서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정치에 대한 실망이 반복되어 불신이 되고, 불신이 반복되어 냉소와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은 놈이라며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백번 공감이 가지만 그렇게 방관하면 그중에 가장 최악인 자가 선출된다. 프랭클린 아담스가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조지 버나드 쇼는 민주주의 사회의 선거란 무능한 다수가 부패한 소수를 당선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불행하게도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훌륭한 지도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이래서 죽일 놈, 저래서 죽일 놈만 남는다. 진영이 다르면 과거의 어떤 인물도 멸시받는다. 과거를 반복하는 까닭은 과거가 준 교훈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지 간에 선출된 그 사람을 재임기간동안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므로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퇴락하는 정치의 암묵적 동조다.

담장 너머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춘 사월 중순, 산천에 진달래 흐드러지고 벚꽃잎 휘날려 꽃비 되어 내리면 그 꽃비를 맞으며 국민에게 주어진 유일한 직접참정권을 행사하여 참신한 인재를 뽑아보자. 우리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운명을 개선시켜 주지 않듯, 국가 또한 국민이 참여한 만큼의 그 수준에 걸맞는 나라가 될테니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