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십상시는 누구인가?
  • 손경호기자
황교안의 십상시는 누구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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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님, 김무성 의원의 광주 출마는 당과 대표님에게 명분과 실리에서 모두 도움이 됩니다. 출마를 요구하는 전화 한통 부탁드립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체 선거판이 위중합니다. 모두 같이 가야 할 때입니다.’

이석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이 최근 황교안 대표에게 김무성 전 대표의 호남 출마 요구를 요청하며 보낸 문자메시지라고 한다.

하지만 황 대표는 ‘(김 전 대표 호남 출마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김 전 대표의 호남 출마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무성 전 대표의 호남지역 출마는 불발로 끝났다.

당초 김 전 대표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 일부에서는 당대표 출신으로 호남과 인연이 있는 그의 호남지역 출마를 내심 기대했다. 김 전 대표 부친은 전남방직 창업주인 고(故) 김용주 회장이고, 전남방직 공장이 광주 북구에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도 미래통합당을 위해 험지 중의 험지인 광주에 내려가 선거를 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西進)정책 차원에서 김무성 차출론보다 더 좋은 카드도 없던 셈이다.

더구나 보수정당으로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됐던 이정현·정운천 의원이 지역구를 포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김 전 대표의 호남 차출은 절실한 상황이었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총선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당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영남지역에 꾸준한 동진(東進)정책으로 2016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많은 인사들이 출마해 낙선하고, 또다시 출마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호남에도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이정현 의원과 정운천 의원은 보수정당으로 당선돼 호남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수도권 출마 등으로 그동안 만들어졌던 교두보가 무너져 버렸기에 김 전 대표의 호남 출마 불발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 전 대표의 호남 출마 불발의 표면적 이유는 황 대표가 광주 출마를 요청해주길 바랬는데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김 전 대표는 당의 요청이 있다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형식적인 문제로 허무하게 끝난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표면적인 이유가 아닌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는 이석연 직무대행이 “큰 틀에서 선거를 이기려고 해야 하는데 선거 이후 당내 역학구도를 생각하면 공멸한다”, “황 대표 주변에 황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람들이 김 전 대표 공천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발언에서 잘 알 수 있다. 즉, 정치공학적 함의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중국 후한말 십상시(十常侍)를 보는 것 같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때에 정권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장양 등 10여 명의 환관을 말한다. 후한서에 등장하는 십상시는 12명이고, 삼국지 연의에서는 십상시가 10명으로 나오는 등 이름과 숫자에서는 약간 차이가 난다.

다만 십상시들의 위세가 대단한 것만은 공통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한때 중국의 ‘십상시’를 빗댄 십상시 논란이 있었다.

이 직무대행이 언급한 선거 이후의 역학구도는 당연히 당권 및 대권 후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황교안 대표 측이 당권과 대권 가도에 위협이 되는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이번 총선 공천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김태호·이인제·안상수 등의 컷오프.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험지 세종 공천. 김무성 전 대표의 호남 출마 불발. 결국 당대표·대권주자 공천 학살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황교안 대표의 의중인가? 아니면 십상시들의 발호(發號)인가?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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