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 비밀을 여는 4色 이야기
  • 이경관기자
안과 밖 비밀을 여는 4色 이야기
  • 이경관기자
  • 승인 2020.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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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아웃사이드 테마로
등단 5년차 미만·만35세 이하
한국 문단의 가장 젊은 작가들
4인이 쓴 단편소설 4편 수록
김아정·박규민·박선우·오성은 지음. 은행나무
“무언가 되겠다는 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는 거야.”(오성은 ‘창고와 라디오’ 중)

등단 5년차 미만, 만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이 이 ‘인사이드-아웃사이드’라는 테마로 작품을 썼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신진 작가로 선정된 김아정, 박규민, 박선우, 오성은 소설가가 ‘인사이드-아웃사이드’를 테마로 한 네 편의 단편을 통해 묻는다.

이들은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며 일상 어딘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비밀을 포착해 글로 펼쳐낸다.

네 명이 신진 작가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앤솔러지 소설집 ‘미니어처 하우스’.

소설가 박선우는 소설집의 ‘여는 글’에서 “이쪽과 저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안과 밖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매번 뒤늦게 깨닫는다. (…)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신과 나의 구분을 지워보는 일. 저 너머의 생을 이편으로 불러들이는 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타자와 조우하려는 노력은 언젠가 우리의 선(線)을 선(善)으로 바꾸는 기적을 이룰지도 모른다”고 썼다.

젊은 신진 작가들이 선보인 네 편의 소설 김아정의 ‘미니어처 하우스’, 박규민의 ‘어쩌다가 부조리극’, 박선우의 ‘빛과 물방의 색’, 오성은의 ‘창고와 라디오’에서는 이쪽과 저쪽을 구분짓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며 안과 밖의 진정한 소통을 이뤄낸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김아정 작가의 ‘미니어처 하우스’는 나는 ‘핵인싸’ 엄마와 자발적 ‘아싸’ 언니 사이에서 밀당의 나날을 이어간다. 어느 날 출장을 간 언니가 돌아오지 않고 남은 건 언니의 미니어처 하우스뿐이다. 언니는 나와 미니어처 하우스만 남기고 어디로 떠난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를 강요받는 우리는, 과연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신형철 평론가는 이 소설에 대해 “너무 늦게 언니를 이해하게 된 한 소녀의 고통스러운 연민은 대체로 담백한 이 성장담의 결말을 현실성의 경계 너머로까지 도약하게 한다. 가까울수록 더 잘 실패하는, 상처의 소통”에 대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규민 작가의 ‘어쩌다가 부조리극’은 어린 시절 무책임한 부모 대신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의 치매 진단으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누나와 나. 각자의 기억과 상처를 떠안은 채 세 사람은 마지막 파티를 벌이며 저마다의 연극을 시작한다. 불안하게 계속되는 이 부조리극의 마지막 장면은 창문 속 파도처럼 산산이 흩어진다.

신형철 평론가는 박규민의 이 작품에 대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위한 남매의 마지막 파티, 그런데 셋 다 연극을 하는 중이라면? ‘부조리극’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포착하기 어려운, 정교하면서도 불투명한 서사의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박선우 작가의 ‘빛과 물방울의 색’은 늦여름의 태풍이 몰고 온 장마로 세계가 비현실적인 색채와 감촉으로 엄습해오던 그 시절, 나는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린 옛 연인을 마주한다.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너는 완전하게 나를 떠나기 위해서 돌아온다.

신형철 평론가는 박선우의 이 작품에 대해 “이별을 부정하는 나에게 유령이 되어 돌아오는 옛 연인은 언제나 완전히 떠나기 위해서만 돌아온다. ‘빛’과 ‘물방울’이 함께 쓴, 게이 청년의, 희미해서 더 애틋한 애도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오성은 작가의 ‘창고와 라디오’는 사물이 되겠다는 선언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람들은 가방이, 소화전이, 욕조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사이 희미한 숨소리를 내며 고립되어가던 아내가 창고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자취를 감춘다. 그 기억과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신형철 평론가는 오성은의 ‘창고와 라디오’에 대해 “갑자기 창고가 되고 싶다는 아내의 소망은 어떤 벼랑 같은 마음 때문인가. 아내의 변신을 막아내지 못한 남편의 회한이 소설 후반부의 시간 구조를 아름답게 뒤트는 환상담”이라고 평했다.

신 평론가는 추천사에서 “네 편의 소설은 모두 내 마음의 ‘밖’에 있는 타인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가장 깊은 ‘안’에 도달하는 이야기. 그런데 이 안팎의 변증법은 본래 모든 진지한 소설의 본질이 아닌가. 그러므로 이 신예들은 이제 우리들의 작가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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