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수소경제 전쟁, 그 중심에 ‘연료전지’가 있다
  • 모용복기자
총성 없는 수소경제 전쟁, 그 중심에 ‘연료전지’가 있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소경제 총아 수소연료전지
에너지 고갈·공해 모두 해결
폭발 위험 없고 설치 간단해
전 세계 수소시장 선점 치열
에너지 貧國 한국에 큰 기회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들 선뜻 뛰어들지 못해
울산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8년 건조해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Ⅱ급(214급) 잠수함. 장보고-Ⅱ급 잠수함은 수중에서 300여 개의 표적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체계를 탑재하고 있어 필요시 해수면에 부상하지 않고 10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이다.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수소연료전지의 원리

전 세계는 지금 에너지 대전환점에 서 있다. 기존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탄소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정치, 경제,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에너지 혁명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류를 에너지 고갈로부터 구원해줄 미래 에너지를 선점하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세계 대부분 국가가 화석연료에서 수소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한 각축전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아직 화석연료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머잖은 미래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수소시대가 도래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에너지 자급률이 OECD 최하위인 우리에게 수소경제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의 장이다. 따라서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과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지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수소경제 핵심인 국내 연료전지 현황과 과제에 대해 진단해 봤다.

수소연료전지의 안전성.

 

연료전지 환경오염도
연료전지 소음도
연료전지 전자파 세기 비교

◇연료전지에 대한 오해

수소경제 총아(寵兒)는 단연 수소연료전지다. 미래 에너지 고갈과 공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료전지를 꼽는데 이견은 없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전극에서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데, 연료전지는 이러한 전기분해 역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장치다. 발전기와 같은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와 산소의 반응에 의해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매우 높다. 또한 발전 장치 규모가 크지 않아도 되므로 소규모로 여로 곳에 설치해 송전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료전지 발전은 수소를 연소하지 않고 전기화학적으로 직접 발전하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높아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고 반응열을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이 가능해 기후변화에 유리하다. 태양광 등 다른 친환경 에너지와 다른 점이다. 또한 연료전지는 기존 화력발전에 비해 30% 정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있다. 고온의 연소과정 없이 발전하므로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화합물 배출이 거의 없으며 발전에 필요한 공기를 헤파필터로 정화시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오염물질과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다 여타 신재생에너지보다 작고 폭발 위험성이 없어 건물과 주택이 밀집한 도심에서도 설치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현재 전 세계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상용설비가 안전하게 운전 중임에도 수소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발전소 설치 주변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는 수소에 대한 오해로 인해 빚어진 결과다. 수소는 발화점이 500℃ 이상으로 석유류보다 200℃ 이상 높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분자량이 공기보다 커서 바닥으로 가라앉는 LPG와는 달리 가장 가벼운 분자인 수소는 누출이 되더라도 공기 중으로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폭발 위험성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화공공학회에서는 수소를 가솔린보다 화재에 안전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도심지역에 700기압 수소충전소 설치도 허가하고 있다. 2009년 이래 국내외를 통틀어 연료전지시스템에서 화재나 폭발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 수소 에너지의 안전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연료전지의 종류

◇연료전지의 종류

연료전지는 발전을 거듭해 1세대와 2세대를 지나 현재 고체산화물을 이용한 3세대 연료전지가 상용화 단계에 있다. 연료전지는 연료 및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작동온도와 효율, 사용목적이 달라지며 그것의 특성에 맞는 전극들도 각양각색이다.

1. 인산형 연료전지(PAFC)

제 1세대 연료전지인 인산형 연료전지(PAFC)는 전해질로 액체 인산을 이용한다. 연료전지 개발 초기부터 PAFC 타입이 주로 연구됨에 따라 현재 상용화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다. 전극은 카본지로 이뤄지는데 백금 촉매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가가 높으며, 수소 가스 내의 불순물인 일산화탄소에 의해 손상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된 까닭에 국내 연료전지 발전소에 가장 많이 적용된 타입이다. 현재 두산퓨얼셀이 발전용 연료전지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2.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제 2세대 연료전지라 불리는 MCFC는 탄산나트륨 또는 탄산칼륨을 전해질로 사용한다. 극 재료에 쓰이는 촉매는 고비용의 백금 대신 저렴한 니켈을 사용함으로써 경제성이 우수하다. 저온형 연료전지에는 사용하기 힘든 석탄가스, 천연가스, 메탄올, 바이오메스, 바이오가스, 에탄올 등 다양한 연료를 MCFC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세계 최고의 MCFC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SOFC)

제 3세대 연료전지라 일컫는 SOFC는 가장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연료전지다. 전해질로 지르코니아계 물질을 사용하며 세라믹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연료전지의 전해질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과 달리 SOFC 전해질은 고체다.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귀금속 촉매제가 필요하지 않으며 직접 내부 개질을 통한 연료공급이 가능하다. 또 고온의 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폐열을 이용한 열 복합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전해질이 고체이지만 작동온도가 약 1000℃로 높기 때문에 이온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현재 국내 SOFC 관련 사업을 하는 대표적 기업으로는 SK건설, 미코, STX중공업 등이 있다. 기본 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주택이나 건물용 또는 대규모 발전용 전원으로도 유용하며, 원통형 등으로 스택 형태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연료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4.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 전류밀도가 큰 고출력 연료전지로서, 수소이온을 투과시킬 수 있는 고분자막을 전해질로 사용한다. 비교적 저온에서 작동하고 구조가 간단한 장점을 지니며 빠른 시동과 우수한 내구성, 수소 이외에도 메탄올이나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자동차나 휴대용 전원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자동차 외에도 군수(軍需), 잠수함, 우주선용 전원으로도 응용할 수 있는 등 응용범위가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무공해 자동차인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충전 시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가능 거리가 짧으며 배터리 수명도 짧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PEMFC는 이러한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동력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두산퓨얼셀, S퓨얼셀, 현대자동차가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발전 효과.(SOFC 100MW기준)

◇국내 연료전지 활용분야와 현황

우리나라는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자리에서 2030년까지 수소차와 연료전지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연료전지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면서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철도, 선박, 항공기 등 운송 분야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수용성이 갈수록 확산추세에 있다.

정부는 노후화된 디젤 기반 열차를 수소열차로 대체한다는 계획 아래 수소 열차를 개발 중에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이 수소철도는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철도차량으로서 2025년까지 실증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손잡고 공동주택에 최적화된 연료전지 시스템 모델 개발에 나섰다. 신재생 에너지인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지만 건물에 적용되는 경우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확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에 최적화된 중앙집중형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로 사업자와 입주자 모두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료전지를 개발, 보급과 확산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중공업 분야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18일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중대형 건설기계 개발에 나섰다. 수소지게차, 중대형 수소굴착기가 그 대상이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 굴착기·지게차를 개발해 2023년까지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는 기존 디젤엔진 장비들과는 달리 유해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으며 대용량화가 가능해 지게차나 굴착기와 같이 큰 힘과 오랜 작업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수소시장과 수소경제 선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연료전지 현주소와 과제

수소사회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신(新)세상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화석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들에겐 더욱 그렇다. 특히 수소경제 핵심 분야인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무한하게 발전할 수 있는 신에너지이자 필요한 곳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분산발전이다. 아직 세계시장에서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다는 것이 우리에겐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게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 글로벌 시장을 재패하기 위해선 국가적인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칫 머뭇거리다간 또다시 에너지 빈국으로 뒤처질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연료전지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 붓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350MW 규모의 발전설비를 운영 중이며, 일본은 가정용 연료전지 27만기를 보급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발전용 연료전지를 대량으로 공급해 가격 경쟁력과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료전지 확대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나 다름없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연료전지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연료전지가 친환경, 고효율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수익성 부족으로 기업들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료전지 발전 없이는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연료전지 보급과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와 기술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수소경제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연료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오해로 인해 발전소 설치계획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다면 수소경제는 요원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수소사회는 아무리 돈이 들고 시간이 들고 시련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세상이다. 우리는 현재 그 문턱에 서 있다. 문턱을 넘고 안 넘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소연료전지가 펼칠 미래사회,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우뚝 설 날을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