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산업도시’ 포항,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최적지”
  • 이진수기자
“‘첨단과학산업도시’ 포항,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최적지”
  • 이진수기자
  • 승인 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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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학기술 위해 다목적 가속기 건설
4월 유치계획서 접수·5월 유치지역 선정
포항, 국내 유일 3·4세대 가속기 준공·운영
30년 기술·노하우·인력 모두 갖추고 있어
타 도시에 없는 포항만의 최대 장점
포스텍 등 20개 연구기관과 시너지 효과
경북 포항시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섰다. 사진은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전경으로 왼쪽 일직선 구조물이 4세대 선형가속기이며, 가운데 둥근 원처럼 보이는 시설물은 3세대 원형가속기이다. 포항시는 이 인근에 다목적 가속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은 첨단과학산업도시다.

50여 년 전부터 시작된 포스코 중심의 철강산업이 이제는 생명공학, 나노, 로봇 등 첨단과학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포스텍(포항공대)과 3,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다.

포스텍과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포항시 남구 지곡은 포스텍생명공학연구센터,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나노융합기술원, 포항테크노파크 등 20여 개의 각종 연구개발(R&D) 기관이 들어서 있다.

미국의 연구개발 단지인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지곡이라는 지명을 붙여 ‘지곡단지’ 또는 ‘지곡연구개발단지’, ‘지곡밸리’ 등으로 불린다.

지난 27일 포항가속기연구소로 가는 곳곳에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봄 꽃이 피어났다.

코로나19가 세상을 공포로 몰아 넣어 인간의 마음은 춘래불사춘이나 자연은 여지없이 봄날의 아름다움을 속삭였다.

포항의 방사광가속기 건설은 한국과학기술의 선진화를 위한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나 양전자 등 전기를 띤 입자를 초전도자석 등을 이용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 일종의 저장링 속에서 돌게 해 방사광을 방출시키는 시설이다.

이 빛으로 물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물체의 구조를 연구하는 기초과학에서 신소재, 신약개발, 유전공학, 화학공업 등 첨단과학산업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방사광가속기가 없으면 첨단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이 한계에 부딪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 방사광가속기, 빛으로 물질의 구조 파악

포항에는 1995년 준공한 3세대(원형) 방사광가속기와 2016년 준공한 4세대(선형) 방사광가속기가 있다.

입자를 직선으로 가속시키는 것을 선형가속기, 원으로 된 것은 원형가속기다.

3세대는 세계 5번째, 4세대는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3번째이다.

그만큼 가속기를 보유한 국가와 도시의 과학기술 역량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부가 최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 나섰다. 이른바 차세대 가속기라 불린다.

다목적은 4세대이나 ‘원형’ 모형의 방사광가속기를 말한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4세대 가속기는 선형이다.

3세대 가속기의 빛의 밝기는 태양빛의 100억 배 정도다.

다목적 가속기는 3세대에 비해 빛의 밝기가 100배 이상 개선된 가속기다.

또 4세대 선형가속기의 경우 선형이라는 구조의 특성상 다수 실험에는 제한적이라 동시에 할 수 있는 실험이 1~3개에 불과하다.

반면 다목적 가속기는 원형으로 많은 빔라인을 설치 할 수 있어 선형보다 40∼50개 정도 빔을 쏠 수 있는 장점으로, 한번에 20개 이상의 동시 실험이 가능하다.

선형보다 빔라인 숫자에서 차이가 많은 것은 그만큼 효율성과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3, 4세대보다 한층 개선된 것이다.

이 같은 장점으로 생명공학, 반도체, 인공지능(IT), 그린에너지, 나노소자 및 신소재 등 기초과학에서 응용과학, 산업분야까지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어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라 한다.

김희진 포항가속기연구소 정책기획팀장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에 비해 빛의 밝기는 100배 이상이며, 또 4세대 선형이 동시 실험이 1∼3개에 비해 다목적은 한번에 20개 이상의 동시 실험이 가능하다”면서 “3세대와 4세대(선형)보다 효율성과 활용도가 훨씬 높다”고 했다.



◇ 다목적 가속기, 기초과학에서 응용과학까지 다방면 활용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 8000억 원이 투자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치계획서 접수에 이어 5월 최종 평가를 통해 유치 지역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가속기가 52만 인구의 포항을 첨단과학산업도시로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만큼, 향후 다목적 가속기를 유치한 지역 또한 첨단과학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런 다목적 가속기를 놓고 전국 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섰다.

3월 현재 경북 포항을 비롯해 전남 나주, 충북 청주, 강원 춘천, 인천 송도 등 5파전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천은 연세대학교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협력해 유치할동을 벌이고 있으며, 강원은 전 과기부 차관을 유치위원장으로 영입했으며 전남은 한전공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유치전에 나섰다.

충북은 2월 범도민유치위원회 구성에 이어, 최근 충북도의회가 다목적 가속기의 충북 구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해 청와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내는 등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북 포항은 포스텍, 대구경북연구원 등과 1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월에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유치에 뛰어들었다.

다목적 가속기의 포항 유치 당위성은 가히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3세대 가속기(총예산 8952억 원)는 포스코 주도로 시작됐으며, 4세대 가속기(총예산 5060억 원) 역시 포스텍에서 부지 및 기반시설을 무상 제공했다.

가속기 이용자 숙소 등 부대시설에 지방비 26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포항은 다목적 가속기 유치를 위해 이미 방사광가속기 단지 인근에 적정 규모의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곳에 가속기 들어서면 기존 전력기반시설을 비롯해 상하수도, 가스, 난방시설 등 부대시설과 연계할 수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1000억 원 이상의 건설비가 절감된다.

사업 기간도 1년 정도 단축으로 포항이 투자 비용면에서도 훨씬 우월하다.

무엇보다 포항은 타 도시가 갖고 있지 않는 가속기에 대한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1988년 포항가속기연구소 설립, 그리고 3, 4세대 가속기를 건설해 운용·활용하는 등 30년 가까이 가속기의 안정적인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도시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속기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 가운데 포항은 이 같은 기술과 인력을 갖춘 도시다.

이는 타 지역이 넘볼 수 없는 최대 장점이다.


◇ 정치 논리 아닌 과학·경제·효율성으로 선정돼야

또 포스텍을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첨단과학기술에 필요한 20여 개 연구개발(R&D) 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속기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를 국비사업으로 설립 중이며, 차세대 배터리파크 조성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벤처밸리가 들어서면 가속기와의 연계성이 더욱 강화된다.

여기에 경주의 양성자가속기와 연계한 가속기 클러스터 건설로 프랑스 그르노블과 같은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

포항이 다목적 가속기 유치에 최적지다.

가속기가 들어설 입지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한국 첨단과학기술의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선정돼야 한다.

포항의 한 관계자는 “다목적 가속기 입지 선정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과학적, 경제적, 효율성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으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 엉뚱한 지역이 선정되면 가속기 건설 자체가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세대 가속기는 이용 신청 대비 78%, 4세대는 43% 밖에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포화 상태에 놓여있다.

유럽과 일본 등 해외는 가속기의 산업적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도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국산화 필요성으로 강화된 성능의 빔라인과 빔타임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다목적 가속기 건설에 나선 것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6일 가속기에 대해 분산보다 ‘집적화’에 따른 효과를 강조했다.

이 시장은 “포항은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우수한 인력과 기술, 그리고 이를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운용 능력 등의 시스템을 갖추었다. 여기에 기존 3, 4세대 가속기와 각종 연구개발기관과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전력 및 부대시설 등 인프라 활용으로 운영비와 사업비 절감이 상당하다”며 “포항은 다목적 가속기 구축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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