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말 사육가에게 시급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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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말 사육가에게 시급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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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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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에서 말(馬)산업을 논한다면 먼저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0년 제9회 상주 세계 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은 물론 승마 진흥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 후 정부의 말산업육성법 제정과 함께 산·학·연의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제주에 이어 2015년 제2호 말산업 특구로 지정받았다. 경북도내의 말산업 규모를 살펴보면 말산업 전문인력양성기관은 전문대학 2개와 고등학교 1개, 공공승마장은 지자체(상주, 구미, 영천, 봉화, 고령)에서 운영중인 5개와 말산업 전문인력양성기관에서 운영중인 3개, 인가된 민간승마장은 60여개 등이 있다. 이는 하드웨어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그리고 사육되고 있는 말도 1,300여두로서 한국마사회 경마공원이 위치하고 있는 경기, 부산, 제주 등에 비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사육되고 있는 말이 응급한 질병에 걸렸을 때 이를 즉시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 혹은 동물병원이 없는 것이 말 전문가 입장에서 사육가에게 항상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현 상황에서 경북도내 말 사육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해결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경북지역에 말 전문병원(전신 마취를 통한 수술이 가능한 2차 병원)을 개설해야 한다. 국내에서 운영중인 말 전문병원은 한국마사회(과천, 부산, 장수, 제주) 부속동물병원 4개,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동물병원 1개, 민간에서 운영중인 이천 J&C 동물병원 1개 등 6개 정도이다. 1차 병원으로는 주로 경주마를 대상으로 진료하는 경주마 전문병원(과천경마공원내 3개와 부산경남경마공원내 2개), 번식마와 승용마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은 제주 13개, 경북 2개, 전남 1개와 전북 1개 등 17여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은 사육되고 있는 말에 응급을 요하는 질병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다룰수 있는 전문병원이 없다. 최근 들어 이천 소재 J&C 동물병원으로 운송하여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축주가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물론 동물병원의 시설이나 수의사의 실력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이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병인데도 불구하고 이천까지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처치시간 지체나 수송에 따른 말에게의 스트레스 가중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말 사육가 입장에서는 관련 비용 등 경제적인 부담과 말의 폐사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 등 이중적인 고충을 받곤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경북지역에 말 전문병원을 개설하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마사회 영천경마공원이 개장(2023년 예정)되면 말 전문병원이 개원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경마공원과는 달리 말 사육두수가 적고 부산경남경마공원과의 교차경주를 이유로 말 전문병원의 개원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산업 특구지역내에 경북도 차원에서 말 전문병원을 개설한다면 대구와 경북지역의 말 사육가가 가지고 있는 고충을 해소함과 동시에 향후 계획중인 말 힐링 및 휴양센터와 경북형 말 품종 개량을 위한 번식센터 등과 연계하여 병원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말 전문 수의사 양성이다. 현재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수의사들이 진출하는 임상분야는 대부분이 개와 고양이같은 소동물이며 대동물의 경우에도 말보다는 산업동물인 소 위주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는 진료 수입이 적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국내 말산업의 발전에도 장애물이 된다. 이런 환경(여건)을 개선 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경북만의 말공수의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싶다. 수의과대학 학부과정(6년)과 졸업 후 인턴 과정동안 학비를 제공한 후 일정기간동안(공중방역수의사 복무기간 포함) 말 공수의사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일종의 맞춤식 양성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양질의 수의진료 및 방역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고 위에서 제안한 말 전문병원의 원활한 운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셋째, 말 사육가(승마장 운영자)에게 사양비 지원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는 말 사육가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겨울철은 승마장도 거의 휴장기에 접어들어 수입이 없는 시기인데 올해만큼은 특히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말은 먹어야하기 때문에(고정된 사육비 지출) 말 사육가들은 현재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말 사육가에게 사양비를 지원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경북도에서 당초 계획중인 말산업 특구 예산의 변경이 가능하다면 우선적으로 사양비를 지원해 줌으로서 동물의 5대 자유중인 배고픔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나 말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육가에게도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 무한한 힐링을 제공하는 말에게도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위의 점들을 고려하여 말산업 특구로 지정된 경북도와 지자체는 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말 사육가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 주기를 바란다. 조길재 경북대학교 말(馬)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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