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시민이여,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이진수기자
대구·경북 시민이여,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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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저항·혁신의 지역
독립·민주화 운동 자부심 높아
박정희 이후 ‘보수’ 상징 고착
획일화·맹목적 정치구도 위험
보수·진보 균형이 발전 원동력
21대 총선 TK 혁신 계기 되길

4월 선거의 봄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가장 큰 관심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 야당 미래통합당이 몇 석의 국회 의석수를 확보하는데 있다.

국민의당, 민생당, 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의 약진과 꼼수로 탄생한 비례 위성정당이 어느 정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 궁금하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TK) 지역 표심의 향배도 총선 전체의 판도 못지 않은 관심사이다.

보수의 심장,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경북이 이번 총선에도 ‘보수 필승’이라는 불변의 압승을 이어갈지, 아니면 혁신으로 새로운 정치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애초 대구·경북의 역사는 보수보다 저항과 혁신의 색체가 강한 지역이다.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자유당의 독재에 분연히 떨쳐 일어난 대구의 2·28 학생운동은 자유당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도화선이었다.

이 운동은 3·15마산시민항쟁에 이어 4·19혁명을 가져왔다. 12년 장기집권 이승만의 붕괴가 대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구·경북은 일제 땐 항일독립운동의 본산이었다.

1907년 2월 대구의 중앙로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국민의 힘을 모아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것으로 수년 동안 전국으로 확대됐다.

경북은 한국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역사상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했다.

포항 의성 안동 구미 청도 성주 상주 영덕 등에서 3·1만세운동이 거세게 일어나 경북에서 3·1운동에 참여한 인원은 무려 전국의 28.7%였다.

안동의 이상룡 선생 등이 만주에서 항일독립운동을 이끌었으며, 대구의 시인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저항시를, 안동 출신의 민족시인 이육사도 높은 자존감으로 일제에 맞섰다.

영덕의 평민의병장 신돌석 장군은 대담무쌍한 용력과 지략으로 일제의 간담을 써늘케했다.

해방 공간인 1946년 대구에서는 미 군정에 저항하는 9월 노동자 파업에 이어, 이른바 10·1 폭동이 일어나 1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1979년 8월 안동에서 정부의 탄압에 맞서 가톨릭농민운동이 일어났다.

저항과 혁신이 대구·경북의 정체성으로, 이 땅의 해방과 독재정권 붕괴, 민주주의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 대구·경북이 보수화가 된 것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시작됐다. 경북 출신인 박정희 정권은 지역감정을 이용해 집권의 토대를 닦았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영·호남 갈등이란 새로운 프레임이 탄생했다.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 등의 소문이 파다했다.

보수의 프레임은 박정희 이후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2020년 4월 현재까지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누구도 감히 허물 수 없는 견고한 성채와도 같은 60여 년 보수의 성지가 구축됐다. 저항과 혁신의 야생적 사고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됐다.

보수는 보수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이 있다. 허나 획일화, 고정화된 맹목적인 이념과 사상은 위험하다.

사회는 다양성이 존재해야 발전한다. 그것이 정치 성향 또는 이념적 사상이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사회는 궁극적으로 인간 삶을 향상시킨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비행하듯, 보수와 진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상호 경쟁과 견제를 통해 역사는 발전한다.

중국의 학문과 사상이 수 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없어 ‘진보’라는 한 톨의 씨앗을 틔우기도 힘든 박토가 대구·경북이다.

정치와 사회에 대해 담론하고 발전적 토양을 일구어 내기에는 묻지 마식의 보수 편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 보수의 외길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됐을까.

역대 보수 정당들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대구·경북에 읍소하며 이곳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렸다는 선거전략을 펼쳤다.

뻔한 정치적 술수임에도 이 같은 전략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TK는 홀대를 당해 지역발전은 뒷전이었다.

반면 타 지역으로부터 ‘꼴통 보수’ ‘역시 TK는 안돼’라는 낮 부끄러운 눈총을 받기가 일쑤였다.

미증유의 코로나19로 세상이 공포와 혼란으로 휩싸였고 국민의 일상 생활은 마비됐다.

특히 대구의 황폐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초유의 사태에서도 거대 보수 정당인 미래통합당의 당 대표는 단 몇 일이라도 대구에 머물면서 시민들과 고통을 같이 하지 않았으며 위기 극복에도 소극적이었다.

제21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도 보수 정당은 대구·경북에 급구애를 하고 있다.

왼쪽(진보) 날개 없이 오른쪽(보수) 날개 만으로 살아온 대구·경북. 이곳의 표심은 어디로 가야 하나.

가장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본다. 대구·경북(TK) 시민들이여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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