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많았던 인생, 자식농사·복합영농 성공하니 훈장같대예~
  • 경북도민일보
고생 많았던 인생, 자식농사·복합영농 성공하니 훈장같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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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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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때부터 가장이돼 차 정비기술 배우며 돈벌기 시작
월남전 참전 후 고엽제 후유증 안고 살지만 훈장 같아
지난날 일만 했지만 잘 자라준 자식들 덕 허리 필 여유 생겨
이원기 씨 현재 모습.
이원기 씨 결혼식 모습.
이원기 씨 군입대 시절.
이원기 씨 베트남 파병 모습.
이원기 씨 부부가 송라집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기 씨 딸 졸업식 모습.
이원기 씨 1남 3녀 모습.

이원기의 포항이야기<25>

“고생고생 말 하모 뭐하겠습니까만도, 그래도 자식농사와 복합영농 농사 모두 성공하고 나니 인자 그 고생이 다부로 고맙지예….”

내연산자락 아래 송라면 중산1리 월성 이씨 집성촌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왔다.

누나 둘에 이어 아들 둘 중 첫째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철이 빨리 들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졸업 후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송라 고등공민학교(중학과정)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다 마칠 수 없었다. 15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마자 부산으로 내려가 차 정비기술을 배웠다. 부산서 2, 3년 동안 월급은 고사하고 밥만 얻어 먹으며 기술을 배웠다. 사실 부산으로 간 것은 5살 아래 남동생이 태어날 때부터 언어장애가 있어 맹아학교라도 보내려고 했던 것 때문인데 너무 늦은 나이라고 해서 형으로서 책임지려고 지금까지 그 동생과 농사를 짓고 있다.

부산서 3년 동안 기술배우다 19살 되던해에 일단 군대부터 갔다 오자 싶어 1968년 해병대에 지원 입대했다. 그런데 24개월인 줄 알고 들어간 군대생활이 결국 37개월로 늘었고, 고생은 고생대로 실컷 했다.

당시 김신조가 북에서 넘어오는 바람에 모든 군인의 근무기간이 1년이나 늘었다. 그리고 청룡부대에 지원해서 월남전에 참전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사촌형이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이유로 두 달간의 파병훈련이 끝날 때마다 신원조회에 의해 탈락되기를 4번, 결국 5번째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월남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는데 보기 드물게 병장을 달고 월남 파병군인이 됐다. 월남에서는 다낭 근처 호이얀전투에 참가했는데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기억을 되살려 보면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 돈을 벌어오겠다고 자원했던 월남전에서는 결국 고엽제 후유증을 평생 훈장처럼 안고 살아야 한다.

제대 후에는 동생과 함께 정말 악착같이 일했다. 한 눈팔지 않고 닥치는대로 일했다. 논 한마지기 물려받은 게 없지만 논농사 소작부터 수박, 배, 담배 등 18년 동안 복합영농을 했고 경운기로 20여 년 동안 동네를 돌며 한가마니 당 한되 반을 받으며 ‘탈곡’도 하며 황소처럼 땀 흘렸다.

다른 사람들 모두 자는 새벽에 일어나 소 5마리 소죽도 끓여 먹이며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니 한해 1억원 넘는 소득이 올라왔다. 농사의 대가는 정직해 지금은 배 3000평, 사과 1000평, 감 500평 등 과수원 4500평과 논농사 1000평을 짓고 있으며 탈곡대행 일도 계속 하고 있다.

어릴 때 중학교도 제대로 못나왔지만 월남전가서 A, B, C라도 아니까 씨레이션이라도 잘 챙겨먹었다. 1남3녀를 두었지만 모두 초등학교때부터 대구로 가서 공부해 4명 모두 서울, 대구에서 대학원까지 나왔다. 아직 막내딸이 결혼하지 않았지만 이만하면 자식농사도 풍작을 거둔 셈이다.

아홉 살 아래 아내 이인자(61)는 원래 한 동네 사는 동생이었는데 눈여겨 보고 거의 키우다시피 해서 결혼해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직 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언어장애의 시동생도 잘 보살펴 줘 고맙기만 하다.

흥해에 아파트가 있어 겨울에는 그 곳에 머물 때도 있지만 내연산에 봄꽃이 필 때쯤이면 송라 집에서 와서 논밭을 살핀다.

지금도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후회되는 건 없지만 그래도 배우지 못한 한이 많다. 사람은 배워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간판이 없으니 동장회의나 행사에 초청받아가도 왠지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자식농사를 잘 지어 모두 서울에서 대학 나오고 대학원 졸업하도록 해놓고 나니 이제 굽은 허리를 쭉 펼 여유도 생겼다.


자료제공=콘텐츠연구소 상상·도서출판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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