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맞아요" 너무 솔직해 더 인상적이던 황선홍 감독과 '댓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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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맞아요" 너무 솔직해 더 인상적이던 황선홍 감독과 '댓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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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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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못했어요. 하늘로 몇 개를 날려 버렸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개발’ 맞습니다.”

모니터 속 축구팬의 ‘댓글’을 바라보던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자조 섞인 대답이었다. 한 네티즌이 적은 “1994년에 ‘개발’이라고 놀려서 죄송해요. 근데 진짜 못하셨어요”라는 말에 황 감독은 담담히 인정했다. 너무 솔직해서 편안한 웃음이 나오던 장면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K리그가 막을 올리지 못하며 각 구단들이 팬들과의 스킨십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대전하나시티즌이 만든 영상물이 화제다.

대전 구단은 지난 11일 “축구커뮤니티에 황선홍을 검색해 보았다”는 영상을 게재했다. 온라인 상 축구팬들이 모인 공간에 올라온 ‘황선홍’ 관련 댓글을 감독이 직접 읽고 답하는 식이었다. 해당 영상은 1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축구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구성이다. “FC서울 감독 시절 선수들 핸드폰까지 뺏었다” “선수와 코치들을 불러 넣고 ‘내가 황선홍인데, 내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는 지시만 내린다” 등 모함에 가까운 내용들도 적잖이 들어 있었다. 다소 강한 수위에 기분이 상할 법도 했으나 황선홍 감독은 때론 재치있게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답하며 팬들에게 다가갔다.

황 감독은 권위만 내세운다는 말에 “내가 뭐라고 그런 말을 하겠나. 황선홍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2002 월드컵은 다 지나간 이야기”라면서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것이야 팬들이 인정해주시는 것이고 지금의 상황과 가치가 중요하다”며 명성만 붙잡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FC서울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한다.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낮춘 뒤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반성도 많이 했고 깨달음도 얻었다. 그리고 쉬는 동안 많이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생각을 많이 한다고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분명하다. 그 뒤 결과는 겸허히 받으려 한다”는 속내도 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13일 과의 통화에서 “(구단이)시키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웃은 뒤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변명처럼만 보일 수 있어서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했다. 그런데 반응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말했다.

구단이 나름 ‘수위’를 조절했다고는 하나 기분 나쁜 내용도 있었을 것. 관련해 황 감독은 “사실 그동안은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용들도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었던 자리라 또 괜찮았던 것도 같다”면서 “팬들 입장에서 궁금해 하던 내용들일 텐데 숨길 것도 속일 것도 없다”며 허심탄회하게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스타의 특별함, 화려한 과거를 내려놓고 보여주기 싫은 면까지도 들춰야 하는 것이니 결국 팬들을 위한 서비스였다. 팬들 입장에서는 감독이라는 자리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 역시 “팬들이 축구만 보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을 내적으로 좀 살필 수 있던 계기가 될 수도 있었던 것 같다”고 의미를 전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필드에서 만나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다른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는 와중 본연의 임무도 소홀하지 않고 있다.

황 감독은 “선수들도 개막을 언제 하느냐 물어볼 정도니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동기부여가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모두 잘 따라 와주고 있다. 모두 다 건강하게 만나길 기다리고 있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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