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민심은 변화를 거부했다
  • 모용복기자
TK민심은 변화를 거부했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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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역구 의석수에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의석수를 합할 경우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민주당의 과반의석 차지는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만이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주도해 만든 열린민주당은 물론 범여권 정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까지 합할 경우 범여권은 최대 180석까지도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에 정권 심판론을 부르짖으며 1당 탈환을 노렸던 미래통합당은 수도권에서 무너지며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여소야대 국면을 피한 민주당은 향후 주도권 확보를 통해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각종 개혁입법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도 레임덕(권력 누수)을 피할 수 있게 돼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전국에서 통합당의 정권 심판론이 유일하게 먹혀든 곳이 있다. 바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이다. 전체 25개 지역구 중 통합당 후보가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가 통합당 이인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향후 통합당 복당이 성사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통합당 완승이나 다름없다.

이번 총선에서 TK지역은 보수화가 더욱 공고해졌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선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당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당선돼 보수 텃밭에 새로운 씨앗이 싹트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대선 대망론’까지 들고 나오며 대구표심을 자극했던 김 후보는 지역구를 옮긴 통합당 주호영 후보에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음은 물론이다. 대구는 다시 예전의 보수 텃밭으로 회귀했다.

경북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경북 정치 1번지라 불리는 포항 남·울릉지역에서는 40대 정치신인 통합당 김병욱 후보가 예상외 큰표 차이로 당선됐다. 이곳에서 재보궐선거를 포함해 네 번째 도전장을 냈던 민주당 허대만 후보는 철옹성과 같은 보수민심을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

통합당 공천에 고배를 마시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재선의 포항시장 박승호 후보도 보수당 정치신인에게 상대가 안 되었다. 지진과 코로나19 등 각종 재난을 겪으며 팍팍해진 TK민심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린 결과다

그러나 TK지역에서 통합당 압승을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특정지역에서 일당독주로 인한 견제와 경쟁하는 정치세력의 부재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21대 총선 공천에서 TK지역 현역 국회의원들과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유력 정치인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추풍낙엽처럼 공천에서 배제되고 말았다. 그 자리에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서울TK들이 낙하산 공천을 받아 지역에 투입됐다. 보수당에 압도적이고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온 결과가 TK홀대로 돌와왔다. 지역 정치권에선 “아무리 지역을 챙기고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봤자 소용없다. 중앙당 핵심 실세 눈에 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한탄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TK지역 민심은 지난 20대 총선 때보다 더욱 우측으로 자리이동 했다. 4년 전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으로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했다. 최대 지지기반이었던 대구에서 무려 4석을 잃는 참패를 당했으며 경북에서도 다수 의석을 무소속에 헌납해야만 했다. 하지만 또다시 ‘막장 공천’이 재현된 이번 총선에서는 쾌승을 거뒀다. 선거 때마다 지역홀대를 반복하지만 보수당에 대한 텃밭의 한결같은 충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묻지마 투표’로 인한 ‘작대기 선거’가 반복되면 정치는 활력을 잃고 지역사회는 역동성을 상실하게 된다. 여와 야를 떠나 다양한 정책이 백화요란(百花擾亂)처럼 흘러넘치고 정치세력 간 경쟁을 해야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정권 심판도 중요하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일꾼을 뽑는데 파란 옷이면 어떻고 핑크색 옷이면 어떤가.

이제 TK도 1당에 대한 일방적적인 사랑을 거두고 적당히 ‘밀당’하는 방법을 배울 때가 됐다. 변화가 멈춰버린 대한민국의 ‘육지 섬’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1대 총선은 끝났지만 TK의 변화는 이제 시작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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