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석, 김혜영이 33년을 함께한 ‘싱글벙글쇼’를 마무리하며 지난 추억을 회상했다.

10일 오후 12시10분부터 MBC라디오 표준 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마지막 방송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날 노사연과 현숙, 조영구가 게스트로 함께했다.

김혜영은 이날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가슴이 철렁하고 손발에 땀이 나더라. 처음할 때보다 더 긴장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강석은 “이 순간만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 33년과 똑같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영은 “정말 과분한 사랑 많이 받았다. 우리가 사랑을 이렇게 받을 만한 존재였냐는 생각도 들더라.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노사연은 “원래는 (게스트로) 안 오려고 했다. 많이 변하면서 있어야 할 것도 있는데 변한다. 그런데 같이 함께했던 추억이 있어서 나왔다.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더라”고 했다. 현숙은 “저도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2~3일 전부터는 저한테도 연락이 많이 오더라. 눈가에 눈물이 촉촉해졌다. 신혼여행도 다같이 가고 휴가도 못가고 그러더라. 안타까워서 말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김혜영은 이에 “현숙씨와 아침에 미용실에서 한바탕 울었다. 강석씨나 저나 미련했던 것 같다. 우리는 휴가 간다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고, 강석은 “그런데 저희가 시사도 하는 프로라, 어쩌다 자리를 비우니 큰 사건이 꼭 터지더라. 야단도 맞았다”고 말했다.

박경덕 작가는 “강석과 김혜영이 출연료에 대해 한 번도 말하지 않았고, 선곡과 구성에 대해서도 PD에 대해 뭐라고 한 적이 없다. 30여년 동안 다툼도 없었다. MBC 라디오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다 줬다”고 말했다.

이에 강석은 “MBC 사장님이 격려금을 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혜영은 “얼른 받아서 챙겼다”며 “저는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요구할 게 없었다.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자체가 고마웠다. 긴 시간 이 자리에서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개그맨 배칠수, 김미진, 가수 남진 등은 음성 편지를 보내며 ‘싱글벙글쇼’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끝으로 김혜영은 “항상 그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데 그날이 오늘이 됐다. 머리로는 담담해지려고 하는데 가슴이 며칠동안 저를 울보로 만들었다. 26살 되던 해에 시작해 어느새 쉰 아홉의 나이가 됐다. 33년의 긴 세월이 짧게 느껴지는 건 여러분들과 함께여서 아닐까 생각한다. 배철수 선배님이 ‘이제 그만둔다 해도 행운아다’라고 했는데 그 후로 13년을 했으니 행운아 중에 행운아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하고 행복했음 한다. 저는 여러분의 박수 소리를 선물로 받아서 가져가려고 한다. 다시 한번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강석은 “죽으면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저는 ‘싱글벙글쇼’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이 프로그램 들으면서 함께 해준 청취자분들이 행복해 하셨을까 생각하며 위안을 받는다. 마지막 방송까지 함께 해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 저한테 구박 많이 받으면서 옆에 있어준 김혜영씨에게 감사하다”며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는 퇴근하겠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MBC 라디오 정말 좋은 방송이다. 꼭 함께 해달라”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73년 10월 처음 방송한 ‘싱글벙글쇼’는 강석이 1984년부터 진행을 맡았고, 김혜영이 1987년 합류했다. 지난 33년간 함께 DJ로서 청취자를 만나온 두 사람은 이날 방송을 끝으로 정들었던 프로그램을 떠난다.

후임은 그룹 캔 멤버 배기성과 허일후 MBC 아나운서가 임시로 맡게 됐다. 당초 방송인 정영진과 배기성이 후임 DJ로 낙점됐으나, 과거 ‘여성 혐오’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며 정영진은 차기 진행자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