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중고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을 분석한 결과, 전체 접수 건수 중 80%가량이 성능·상태 점검 내용과 차량 상태가 다른 경우였다. 피해구제 신청 중 사업자와 합의가 이뤄진 경우는 절반 정도인 52.4%에 불과했다. 결국 의무보험 제도가 폐기되면 선량한 매매업자보다는 불량 중고자동차를 판매한 악덕업자만 배불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책임보험이 도입되고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보상 건수는 5038건, 지급 보험금은 약 29억8800만원으로 조사됐다. 보상건수는 9월 673건에서 10월 1092건, 11월 1086건, 12월 1228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5038명이 보험금 30억원 가량을 받았으니, 1건당 평균 60만원 가량 구제를 받은 셈이다. 책임보험이 사라지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소송 등을 벌여서 피해 배상을 받아야 하는데, 수십만원 때문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 소송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자동차 성능·상태책임보험 의무가입을 임의가입으로 전환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자동차 의무보험인 성능·상태책임보험이 임의보험으로 변경되게 된다.
지난 6일 열린 국토교통위 교통소위 회의에서는 일부의원들이 제도 시행 1년도 안된 상태에서 임의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당시 회의에서 이현재 국회의원은 “정부가 그 당시에는 (책임보험에 대해) 동의해 놓고 지금은 또 다른 얘기를 한다”고 국토교통부의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최소한 매매업계나 손보협회 이렇게 해서 이견을 보이는 관련 단체들하고 국토부에서 조율을 했는지도 추궁했다.
윤관석 교통소위 소위원장도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녹색어머니중앙회, 안실련에서 주로 안전 관련한 문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 의무보험을 오히려 더 강화하라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 법을 이대로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할 일은 소비자 피해를 보호하는 책임보험을 임의보험으로 무력화시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회는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처럼 책임보험 폐지가 아니라 더욱 강화해, 부실점검으로 소비자 피해를 양산했던 과거로 회기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