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과 존 콜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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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과 존 콜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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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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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봐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영화가 있다.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보면 금방 기분이 밝아지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이 그런 영화 중의 하나다. 내 나이 푸르를 때 좋아했고, 머리에 서리가 내린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트랩 일가의 실화로 바탕으로 1965년에 나온 뮤지컬 영화다. 그에 앞서 1959년 같은 이름의 뮤지컬이 뉴욕 브로드웨이의 무대에 올려졌다.

영화 속의 시대 배경은 1938년 3월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에 대한 합병 공작을 진행하고 있을 때다. 주인공은 상처한 오스트리아 예비역 해군 대령 트랩(크리스토퍼 플러머 분), 견습 수녀 출신 가정교사 마리아(줄리 앤드류스 분).

합병 직후 본 트랩 대령은 베를린으로부터 징집명령을 받는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본 트랩 대령은 가족과 함께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가족과 함께 알프스산맥을 넘어 중립국인 스위스로 들어간다.



-‘마이 페이버릿 싱스’

우리가 기억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는 모두 15곡의 음악이 흐른다. ‘사운드 오브 뮤직’ ‘마리아’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외로운 염소지기’ ‘열여섯살 곧 열일곱살’….

천둥 번개가 치는 어느 날 밤, 아이들이 무섭다고 가정교사 마리아방으로 몰려든다. 그때 마리아가 아이들에게 “우울할 때 부르는 노래”라며 가르쳐주는 곡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작사를 하고 리차드 로저스가 곡을 붙인 음악이다.

이 노래는 영화 전편을 관통하는 주제가처럼 여러 번 흘러나온다.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잘츠부르크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때, 중심가를 흐르는 강의 모차르트 다리를 건널 때 이 노래가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온다. 마리아가 대령 집을 떠나 수녀원으로 돌아가자 풀이 죽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노래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합창한다. 그뿐인가. 나치에 쫓기는 본 트랩 일가의 탈출 장면을 기억해보자. 수녀원 묘지에 숨어 있을 때 막내가 마리아에게 묻는다. “이런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불러도 되나요?”

내가 십수 번도 더 본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3월6일 신문에서 재즈 뮤지션의 부음기사를 접하고 나서였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매코이 타이너(1938~2020)다. 타이너의 유족은 트위터를 통해 부음을 알렸다.

“재즈계의 전설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리게 되다니 마음이 무겁다. 그는 온 생애를 예술과 가족, 영성에 바친 영감 넘치는 음악가였다. 그의 음악과 유산은 팬들과 미래의 세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재즈 마니아들은 그의 타계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음악 잡지 롤링스톤스는 “20세기 모든 음악 장르를 통틀어 가장 훌륭했던 그룹의 마지막 생존 멤버가 세상을 떴다”고 추모했다.



-콜트레인의 14분짜리 재즈곡

타이너는, 롤링스톤스의 표현대로 미국 재즈의 황금시대를 이끈 전설의 밴드 ‘존 콜트레인 콰르텟’(John Coltrane Quartet) 멤버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타이너는 193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열세 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20대 초반에 재즈계에 발을 들였다. 타이너는 1960년 작곡가이자 색소폰 연주자인 존 콜트레인(1926~1967)을 만난다. 피아니스트 매코이 타이너, 베이시스트 지미 개리슨, 드러머 엘빈 존스,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 4인이 뭉쳐 ‘존 콜트레인 콰르텟’이 태어났다.

이 밴드는 1965년까지 활동했다. 타이너는 밴드가 해체된 이후에도 솔로로 활동하며 70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했다. 이런 솔로 활동을 평가받아 그래미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했고, 그래미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밴드의 리더인 존 콜트레인을 보자.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인 존 콜트레인은 열두 살 때 몇 개월 사이에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잇달아 여의는 불행이 덮친다. 그가 열일곱 살 생일에 어머니는 아들에게 알토 색소폰을 선물한다.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해군에 입대해 부대 재즈밴드에 들어가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재즈에 입문했다. 당시 최고의 알토 색소폰 연주자는 찰리 파커(1920~1955). 찰리 파커를 우상으로 삼았던 그는 1945년 눈앞에서 파커의 연주를 직접 보았고, 그와 함께 몇 차례 연주하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그의 연주 실력은 폭풍 성장을 한다.

스물아홉 살이던 1955년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에 합류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나온 1960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밴드를 결성해 프리 재즈(Free Jazz)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 밴드가 1961년에 발표한 앨범이 ‘마이 페이버릿 싱스’다. 로저스-해머스타인이 뮤지컬용으로 쓴 노래를 콜트레인이 14분짜리 프리 재즈곡으로 새로 만든 것이다. 콜트레인은 ‘마이 페이버릿 싱스’를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했다. 이 앨범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다. 밴드가 주로 공연한 곳은 뉴욕 ‘빌리지 뱅가드’. 존 콜트레인 콰르텟은 뉴욕에서 재즈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영화로 찍으면서 재즈음반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마이 페이버릿 싱스’를 표제(標題)음악으로 활용하기로 한다. ‘마이 페이버릿 싱스’는 ‘도레미송’과 함께 음악 영화에 재미를 더하고 품격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영화는 나오자마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흥행몰이를 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나는 영화를 통해 ‘마이 페이버릿 싱스’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나중에 콜트레인 밴드 연주로 다시 듣게 되었다. 재즈 마니아들은 콜트레인 연주곡으로 먼저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이 페이버릿 싱스’를 줄리 앤드류스의 노래로 들으면 가사를 음미하는 재미가 있고, 콜트레인 밴드의 연주 음악으로 들으면 프리 재즈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20세기를 통틀어 재즈에 대해 가장 박식한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다. 하루키는 재즈에 미쳐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5년여 재즈카페를 운영했던 사람이다. 하루키는 한창 LP판 수집에 빠져 있던 10대 시절 ‘존 콜트레인 콰르텟’의 열렬한 팬이었다. 하루키는 소설의 등장인물을 통해 전설적인 재즈 아티스트와 재즈 명반들을 소개한다. 그중에 ‘마이 페이버릿 싱스’도 나온다. 하루키가 고등학교 학생이던 1966년 존 콜트레인은 도쿄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한다. 간암으로 세상을 뜨기 1년 전이다.

하루키는 1979년, 서른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하고서는 재즈카페를 접었다. 도쿄 중심가에는 재즈 마니아 하루키가 좋아하는 재즈 카페 ‘더그’(DUG)가 있다. 신주쿠역과 가부키초에서 가깝다. 이 카페는 하루키를 좋아하는 재즈 마니아들이 ‘최애’하는 곳이다.

유튜브에서 존 콜트레인의 14분짜리 ‘마이 페이버릿 싱스’를 듣는다. 소프라노 색소폰과 베이스의 선율 속에 피아노의 리듬이 툭툭 튀어나온다. 매코이 타이너다.

세계인은 지금 깊은 우울에 침전되었다. 마리아의 노래처럼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면서 이 터널을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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