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의 이사 끝에 고향 청하로 ‘귀환’
  • 경북도민일보
15번의 이사 끝에 고향 청하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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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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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처음 친척 아재 따라 떠나
이발소부터 중국집·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 없이 열심히 살아와
많은 직업 가졌지만 농사가 제일
“일한 만큼 정직하게 돌아옵디더”
청하 이성환 부부
이성환 각각 결혼식
이성환 며느리 편지
이성환 부산시절 아들과
청하 이성환 각각 결혼식-2

이성환의 포항이야기<30>

“사실 아버지와 오랜 불화로 하나 뿐인 아들과는 정말 친구처럼 지낸다. 며느리는 딸 처럼요.”

청하면 금정리(서정1리)에서 태어나 지금은 서정2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처음 고향을 떠난 것은 13살 때다. 청하국민학교 6학년 2학기에 졸업을 하기도 전에 추석을 맞아 고향에 온 5촌 아재를 따라 무작정 돈을 벌겠다며 대구로 가서 이발기술을 배웠다. 그런데 친척아재의 이발소 바로 옆에 중국집이 있었는데 한참 먹을 나이여서 그랬던지 코끝을 자극하는 자장면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친척아재 한테는 양해를 구하고 중국집에서 주방일을 배웠다.

물론 처음엔 철가방을 들고 배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기술을 지닌 주방장이 얼마나 괄시를 하던지 주방에서 본격 면 뽑는 기술을 배우기까지는 3년이나 걸렸다. 주방보조를 하다 주방장으로 독립하고 싶어 19살 때 선산군 도계면의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겨 마침내 ‘주방장’시작했다.

그러다가 21살 때 즈음 직접 중국집을 경영하고 싶어 집안의 땅 300평을 팔아 청하장터에 사글세로 점포를 얻어 ‘청하반점’을 시작했다. 방위근무를 하며 한 2년 정도 중국집을 운영하려니 자연히 경영이 어려워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집안사정이 있어 할매, 할배를 직접 모시고 가까이 있는 유계리 광산 탄광일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당시로서는 좀 늦게 장가갈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 30살 때 중매반 연애반으로 같은 동네 사는 8살 차이 나는 아내 이정자(62)와 살림을 차리게 됐다. 대구에서 일용직을 하면서 신혼살림을 시작했고 2년 정도 대구에서 머물며 아들을 임신해 결국 부산에서 출산하고 정식 결혼식도 올렸다.


부산생활의 시작은 청하사람과 인연이 있는 태광산업에 취업, 4년가량 근무하며 방직일을 잘하고 있는데 어느 해 명절, 친척분이 “조카! 동생들 많으니 상옥에서 담배 농사 지으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권유해 사표를 내고 촌에 들어와 부모님과 함께 죽장 상옥으로 들어가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담배농사가 힘든데다 아버지와 트러블이 생겨 2년만에 다시 부산으로 갔다. 두 번째 부산생활은 삼호물산에 취업해 신발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몇 년 지나자 반장으로 진급도 하고 마누라도 취직해 책임자가 되면서 경제사정도 차츰 안정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부산까지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며 “힘들어 농사 못 짓겠으니 니가 농사 지어도”라고 부탁했다. 딱 잘라 거절했지만 마누라가 간절히 설득해서 결국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속자’ 하는 심정으로 부산생활을 정리하고 상옥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밤에 몰래 혼자서 마을을 도망쳐 내려왔다. 태어난 곳과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고모님이 사는 동네라 연고가 있었다. 그렇게 정착한 지가 벌써 31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부모님도 떠나고 하나뿐이던 아들도 장가를 가서 손자까지 낳았다.

아버지와 사사건건 다퉜기 때문에 지금은 아들과 친구처럼 지낼 뿐 아니라 상옥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지어 흥해장과 청하장에 내다팔고 있다. 지난해 흥해 지진 후에는 장사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직접 내가 농사를 지어 파는 청정농산물이라 단골손님도 많다. 수많은 직업을 가져봐도 역시 땅에 땀을 흘리는 일이 천직인 것 같다. “제가 손 내밀고 이것저것 안해 본 것 없지만 농사가 그나마 제일 정직하더라고요. 한 만큼 꼭 되돌아옵디다.”


자료제공=콘텐츠연구소 상상·도서출판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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