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장관 주민 고통을 아십니까”
  • 이상호기자
“한미장관 주민 고통을 아십니까”
  • 이상호기자
  • 승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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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발생 3년째 보상은 커녕 이사도 못가고…
지진 피해 C등급 판정에
3년째 보상 표류… 소송 중
건물 외벽 낙석물 떨어질라
불안속에 하루하루 버틴다
시, 안전점검 결과 미등록
과태료 독촉까지 ‘이중고’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출입구 곳곳에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한미장관맨션은 2017년 11월15일 북구 흥해에서 발생한 규모 5.4지진 때 건물 외벽과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고 아직도 건물 외벽에는 낙석물을 막기 위한 비계가 설치돼 있다.뉴스1

“바로 옆 대성아파트나 대웅파크는 포항시가 매입했거나 직접 관할하면서 어느정도 일단락 됐지만 C등급 판정을 받은 우리 아파트는 3년째 아무 보상도 못받고 이사도 못가고 불안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으로 하루 아침에 아파트가 풍비박산 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에 사는 주모(54)씨의 안타까운 하소연이다.

주씨의 아파트 외벽 곳곳은 물론 상가 건물도 바닥 일부가 갈라져 있고 건물 외벽에는 벽에서 시설물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비계까지 설치돼 있다.

포항지진 당시 진원지로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대성아파트와 대웅파크 1, 2차는 시가 일괄 매입하거나 직접 관할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가구가 이사를 떠나 빈집상태다.

하지만 대성아파트와 바로 붙어있는 한미장관맨션은 C등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시가 매입하거나 관할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40여가구 중 80~100여가구는 견디다 못해 이사를 한 상태고 100여가구 입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곳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시에 원만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C등급이라 선뜻 나서주지도 않고 있고 관련 지진법도 지난 1988년 법을 적용시켜 주민들이 시를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가 아파트 안전점검 결과를 이번 달까지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부과하겠다고 독촉해 주민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주씨는 “포항시 검사에서는 C등급으로 나왔지만 주민들이 한 검사에서는 D·E 등급이 나와 안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와 있는데 또 다시 돈을 들여 검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포항시 입장은 단호하다. 시 관계자는 “안전하지 않다고 분류된 3종 시설물로 지정된 건축물은 안점검사를 해서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곳 대부분 가구들이 비만 오면 방안으로 물이 새거나 벽이 갈라져 불안한 점이다.

특히 3~5층보다 1~2층에 사는 주민들이 더 불안감을 호소한다. 비만 오면 집안이 온통 물바다로 변하고 겨울에는 갈라진 벽 틈 사이로 냉기가 스며들어 난방비가 배로 든다는 것.

주씨는 당장 이사를 하고 싶어도 이런 상태로 집을 팔 수 없고 그렇다고 수리할 입장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포항시와 보상비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수리를 하던지, 이사를 가던지 결정할 수 있다. 주씨는 “포항시가 집을 전체로 수리해준다면 수용하겠다”면서 “한 동당 3000만원(자부담 10%)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실제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2배 이상 더 들어가니 보수공사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곳 한미장관맨션과는 달리 대성아파트, 대웅파크 등 주민들은 LH가 제공하는 양덕동 아파트로 모두 이사를 간 상태다. 주씨가 억울해 하는 것은 바로 옆 아파트는 시의 도움을 받아 이사했거나 보상을 받았지만 한미장관맨션만 3년째 보상을 받지 못한채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는 점이다.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아직도 갈 곳 없는 한미장관맨션 10여가구 주민들만 남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6월 1일부터 포항지진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나 보상책이 아닌 지진발생 원인 등 조사에 국한될 것으로 보여 한미장관 주민들의 보상지원 여부는 어디에도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포항지진 발생이 벌써 3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관심마저 멀어진지 오래됐다.

지진 당시에는 정부와 포항시가 마치 당장이라도 보상을 해줄 것 같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흐지부지 잊혀져 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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