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의 장례식과 경비원의 죽음
  • 모용복기자
일곱번의 장례식과 경비원의 죽음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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微物인 물고기 죽음마저도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는데
사회적 동물인 인간 不在는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 미쳐
입주민 갑질로 숨진 경비원
지옥같은 일상 견디다 못해
끝내 마지막 삶의 끈 놓아
惡魔의 갑질 막을 방법 없나

마지막 물고기가 죽던 날, 산소 펌프 스위치를 껐다. 하루도 쉼 없이 물방울로 출렁이던 수면이 잠잠해졌다. 1년 여간 거실에서 울려 퍼지던 계곡 물 흐르는 소리도 멈췄다. 일곱 번째 물고기를 아파트 화단 나무 둔치에 묻고 돌아설 때 가슴이 아려왔다. 처음 한 두 번은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기도 했지만 올 들어서만 벌써 일곱 번째 이 일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은 적응이 된 듯하다.

한 번에 한 나무씩 수목장(樹木葬)을 치렀으니 동 화단에 있는 큰 나무 대부분이 무덤이 된 셈이다. 일곱 번이나 장례식을 치르고도 용케 경비 아저씨에게 들키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주민들 몰래 아파트를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은데 대해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난해 1cm 치어 7마리를 들여온 후 우리 식구들은 번갈아 가며 먹이를 주고 물갈이를 하는 등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손톱만한 작은 것들이 수초(인공)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사랑을 하고 영역다툼을 하는 모습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혹시 물고기가 심심할까봐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돌멩이, 이끼 따위나 다슬기를 주워다 어항 속에 넣어두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의 관심이 점차 멀어지던 몇 개월 전부터 한 마리씩 차례로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마리가 엊그제 숨을 거뒀다. 그런데 이 놈은 꽤나 오래 버텼다. 사흘 동안 바닥에 가라앉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면서 때로는 힘에 부치는 지 수초에 몸을 얹고 아가미만 옴짝거렸다. 그런 모양을 아침저녁으로 지켜보는 우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물고기 수명이 이렇게 짧은지도 몰랐지만 작은 생명이 살아내려고 버티는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했다. 크나 작으나 살아있는 것들이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롭다. 그들을 차례로 떠나보내면서 생명에 대한 경외와 무상(無常)함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소멸한다. 인간도 길어봐야 100년 정도면 이승을 하직한다.


어쩌면 찰나와도 같은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생명은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난다. 고작 1년 동안 우리 곁에 왔다 갔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것은 적지 않다. 미물(微物)인 물고기마저 그럴진대 하물며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비할 바가 아니다. 한 사람의 소멸과 부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과 슬픔, 고통을 준다. 부모와 자식, 형제, 자매, 친구, 친인척, 그리고 그와 관계 맺은 수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 까닭에 자의든 타의든 생명을 함부로 다뤄선 안 된다. 하지만 유한(有限)한 게 인생이다.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유명(幽明)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고, 타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삶의 끈을 놓아 버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50대 후반의 최희석 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주차문제로 시작돼 최근까지 지속적인 갑질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입주민은 사직을 강요하는가 하면 화장실로 끌고 가 코뼈가 부러지는 상해을 입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경비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대학에 다니는 딸의 학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갖은 폭력과 모멸을 참으면서 버텨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매일 악마와 마주쳐야 하는 일상은 지옥이었다. 그래서 성실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도 마지막 삶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남겨 둔 채.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도 고인이 근무하던 아파트 경비실 앞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밤늦은 시간까지 경비실을 찾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경비실 창문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주민들의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한 주민은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20일 현재 40만 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청원인은 “아파트 뿐만 아니라 그 밖까지 청소하시는 정말 열심히 사셨던 분이며, 또 아침 출근길에 먼저 인사를 하고 웃음을 주시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사흘을 버티다 간 물고기를 보면서도 슬픔을 느끼는 게 인간이다. 내가, 우리 식구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다. 그래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맹자의 ‘四端說’)라고 했다. 그런데 경비원에게 갑질을 한 가해자에게는 이 모든 것이 없었다. “고인에게 사죄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고인의 빈소에 와서 사죄하라”는 유족의 말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 사람의 탈을 쓴 악마들이 넘쳐난다. 악마들의 갑질로부터 인간을 구해낼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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