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주호영의 ‘참보수 리더십’
  • 모용복기자
시험대 오른 주호영의 ‘참보수 리더십’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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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 ‘5월 정신’ 표명 파격 행보
5·18 정치쟁점화 차단·유가족에 사죄
주 대표 쏘아 올린 공 큰 동심원 불러
국민 신뢰 회복·극우 정치인 배척 등
꽃길대신 가시밭길 예고… 역량 시험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래통합당 당직자들이 18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래통합당 당직자들이 18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5월 정신으로, 자유와 정의가 역동하는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방명록에 기록된 글이다. 민주당이나 정의당 대표가 쓴 글이라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남긴 글이어서 눈길을 끈다. 보수정당 대표가 ‘5월 정신’을 입에 담은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최근 그의 행보는 변화를 넘어 파격에 가깝다.

주 원내대표는 기념식장에서 주먹을 쥐고 아래 위로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또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도 했고, 5·18 단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관련법 처리를 약속했다. 1년 전 황교안 대표가 물과 욕 세례로 곤욕을 치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광주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주 원내대표의 ‘통큰’ 정치 때문이다. 그는 원내대표 당선 이후 5·18민주화운동을 폄훼·왜곡하려는 극우 보수층과 선을 그으면서 사죄까지 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더는 5·18민주화운동이 정치쟁점화하거나 사회적 갈등과 반목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당 일각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통합당 의원들의 통합행보가 줄을 이었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장제원, 김용태, 유의동 의원, 김웅 당선인과 통합당 청년 정치인 등이 잇달아 광주를 찾아 5·18 묘역에 참배 하고 자당 의원들의 막말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가 쏘아 올린 변화의 공이 이처럼 원심력으로 튕겨나가 보수 정치권에 큰 동심원을 일으키고 있다.

엊그제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이날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는 ‘과거사법’ ‘n번방 방지법’ 공인인증서 폐기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 130여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법안도 포함됐다. 20대 국회에서 이처럼 조용한 가운데 법안처리가 진행된 것은 거의 유일무이하다는 것이 출입기자들의 말이다. 회기 마지막 날 일하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앞길은 꽃길보다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일주일 후면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참보수’도 조만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만약 그가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보수에게 희망의 문이 열릴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통합당 재건의 기회를 잃고 말 것이다. 보수재건이 주 원내대표 두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호영표 ‘참보수’가 성공하려면 우선 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국민 신뢰부터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반성 없는 보수’의 꼬리표를 떼 내기 위해선 막말을 일삼는 극우 정치인들을 과감히 배척하고, 국민갈등을 조장하는 유튜버 등 극우세력과도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만 돌아선 중도층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발목정당’ 이미지도 탈피해야 한다. 주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야당도 국정 파트너로서 여당에 협조할 건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선 더 이상 보수가 설 땅이 없다. 설득력 있는 정책을 내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품격 있는 보수야당의 모습이다. 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근거 없는 헐뜯기와 막말을 퍼부었고 한일간 무역전쟁에서는 국가 이익에 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기득권 정당’, ‘매국당’이라는 오명까지 들어야 했다. 반개혁세력에 대한 과감한 척결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21대 국회에서 초·재선 의원들과 젊은 당선인들을 과감히 중용해 당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첫 출발은 일단 순조로웠고 국민적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몸풀기였다면 본격적인 리더십 검증은 이제부터다. 보수재건이라는 절체절명의 사명과 ‘슈퍼 정당’인 집권세력과 맞서야 하는 막중한 책무도 동시에 부여 받았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략가인 주 원내대표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통합당이 수권정당의 면모를 회복하게 되면 그도 자연스레 대권주자 반열에 합류할 수 있다.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통합당에 이만한 인물이 있는 것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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