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열풍
  • 김대욱기자
트로트 열풍
  • 김대욱기자
  • 승인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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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 트로트 열풍(烈風)이 불고 있다. 지난해 초 모 방송사의 경연 프로그램에서 촉발된 이 현상은 올들어 더해지고 있다. 이는 물론 이 프로그램의 영향과 경연 수상자들의 개인적인 인기와 역량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초 여자 경연에 이어 올해 초 남자 경연에 이르기까지 이 프로그램은 트로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여자와 남자 수상자들의 실력이 출중해 그 인기가 가히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은 TV만 켜면 이들을 볼 수 있다. 종편 방송사 경연 프로그램 수상자들인 이들은 이제 지상파까지 진출해 다양하고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일단 노래를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감동을 줘 트로트가 이토록 좋은 노래였던가 하는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언젠가부터 나도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볼 정도로 팬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나도 이제 트로트를 좋아할 나이가 됐나’하고 자문하며 웃음짓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트로트는 언젠가부터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좋아하는 음악이 됐다. 트로트는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 민족의 답답함과 울분을, 한국전쟁 시절에는 전쟁의 아픔을, 이후 1970~80년대 경제부흥기에는 우리민족 특유의 흥을 표현했다. 당연히 당시 트로트는 우리 가요의 주류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면서 젊은층에게 댄스와 발라드, 알앤비, 힙합 등의 음악이 큰 인기를 끌면서 트로트는 특정 나이층만 좋아하는 B급 음악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필자도 그동안 트로트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대학시절이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 한잔 한 후 흥이나면 지인들과 어울려 노래방에서 간혹 부르던게 전부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로트는 일명 ‘뽕짝’으로 비하되며 왠지 품위가 없어보이는 가요장르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이런 트로트가 얼마전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말 그대로 옛 영광을 되찾으며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처럼 트로트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앞서 밝혔듯 모 방송사 경연 프로그램과 수상자들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트로트 열풍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먼저 트로트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한(恨)과 흥(興)을 담고 있다. 트로트는 우리의 한과 흥이 서려 있는 전통 민요나 판소리의 요소가 다분히 내재돼 있다. 그렇다보니 어쩌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친숙함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또 젊은층이 좋아하는 발라드나 댄스음악 등이 주로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많은 트로트 음악은 인생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에 국민들이 마치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것 같아 크게 공감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와 함께 트로트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을 표현한 곡들도 많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그리고 트로트는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장점이 있다. 댄스, 힙합, 알앤비 등은 웬만큼 노래를 잘 부르거나 음악적 감각을 갖추지 않으면 쉽게 따라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트로트는 쉬운 리듬과 멜로디, 가사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를 수 있다. 이밖에도 트로트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주로 이런 이유로 ‘국민 가요장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이 여러 달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지쳐있다. 이 전염병으로 생명과 건강에 대한 걱정은 물론, 경제위기까지 불어닥쳐 국민들은 피곤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로트가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아무쪼록 트로트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국민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면서 계속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김대욱 편집국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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