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반드시 잘해야 해…챔피언 전북의 적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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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드시 잘해야 해…챔피언 전북의 적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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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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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적은 전북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나친 부담을 극복하는 게 4연패의 열쇠다.뉴스1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북현대는 중위권 성적표만 받아도 흡족했던 팀이다. 그런데 이제 2위에 오르면 실패한 시즌이라는 평가를 듣고 3위를 하면 욕먹을 것을 각오해야하는 팀이 됐다. 근래 이룩한 성과가 그만큼 찬란하다.

지난 2009년,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 정상에 올랐던 전북은 이후 2011년, 2014년, 2015년 우승에 이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연패의 대업까지 달성했다. 11년 사이 7번 우승했으니 가히 ‘전북 천하’다.

이기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지면서 1경기 무승부에 그치면 부진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심지어 패배라도 하게 되면 곧바로 위기론이 제기되는 전북이다. 2020시즌도 마찬가지다. 개막 후 3연승이 이어지자 ‘역시’라는 찬사를 받던 전북이 4라운드에서 첫 패배를 당하자 큰일이 난 듯 시달리고 있다. 선수들이 느낄 압박 강도가 클 수밖에 없다.

전북은 지난달 3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개막 후 3연승 뒤에 맛본 첫 패배였다. 사실 김병수 감독의 조율 아래 팀이 잘 만들어진 강원에게 패한 것을 두고 ‘충격’이라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전북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가득한 경기였다. 전반 15분 만에 발생한 악재 영향이 컸다.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가 박스 안에서 자신의 트래핑 미스로 공을 빼앗긴 뒤 급히 팔을 써 상대를 막은 게 화근이었다. 완벽한 찬스를 의도적으로 저지했다는 것을 자신도 느꼈던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심판 역시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이 순간의 실수와 함께 전북은 75분 이상을 10명이 싸웠다.

1명이 부족해진 뒤 전북은 전반 36분 전북 출신 고무열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리드도 빼앗겼고 끝까지 점수를 만회하지 못해 0-1로 패했다. 기록이 패배였으니 더 할 말은 없으나, 사실 내용적으로는 전북의 플레이가 더 좋았다.

후반전의 주도권은 전북이 쥐고 있었다. 점유율도 엇비슷해졌고 특히 높은 위치에서 공격하는 빈도는 전북이 강원보다 많았다. 숫자가 부족한 입장에서 무게중심을 앞에 놓으면 공격 실패 시 역습에 취약해지지만, 개개인이 보다 많이 뛰어야하니 체력적인 부담도 생기지만 전북은 도전했고 여러 차례 날카로운 슈팅까지 이어졌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어느 팀 인원이 부족한 것인지 모를 정도였으니 과연 챔피언다운 저력이었다. 하지만 끝내 1명의 공백을 넘지는 못했다. 책임을 다 떠넘길 수야 없으나 퇴장이 야기 시킨 패배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날은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던 모라이스 감독도 퇴장을 당했다. 전북은 한동안 경기에도 벤치의 수장과 후방의 리더 없이 경기를 치러야한다. 손해가 꽤 크다.

주목할 점은 이날의 퇴장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북은 개막 후 4라운드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전 치러진 ACL 2경기를 합쳐 총 6차례 공식전을 소화했는데 벌써 5명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지난 2월12일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ACL 1차전에서 손준호와 이용이 퇴장을 당하면서 1-2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2차전 시드니 원정에서는 최보경이 퇴장 당했다. 시드니전 결과는 2-2였다. 악몽이 K리그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북은 지난 3라운드 대구전에서 종료 직전 조규성이 퇴장을 당했다. 경기가 2-0 승리로 끝나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으나 조규성 퇴장으로 인해 강원전에 신예 이수빈을 투입(U-22 선수 의무출전 규정)해야 하는 운영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언급한 강원전의 홍정호와 모라이스 감독이 퇴장까지, 계속해서 좋지 않은 흐름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전북의 적은 내부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선수들의 플레이도 경직되는 것 같다”고 진단한 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기에, 내부 경쟁을 뚫어내기 위해 소위 ‘오버’하는 일들도 심심치 않다. 경고가 많다는 것도 그런 욕심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제 겨우 1경기를 패한 것이고 그 패한 경기에서도 전북은 강력함을 선보였으니 벌써 호들갑을 떨 위기 상황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적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외부의 진단은 전북 내부에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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