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번 떠나보자
  • 경북도민일보
여행 한번 떠나보자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20.0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위에 반려견을 데리고 운동도 시키면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집안에만 계속 있으면 개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반려견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봄을 통째로 삼켜버린 코로나가 여름으로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물러가지 않고 있다. 개도 운동하고 바람도 쇠야 하는데 사람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마음 놓고 모임이나 외식을 하지 못한지도 오래되고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스트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쌓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매일 뛰듯이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조금 멈추고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음악에도 쉼표가 있어 아름다운 가락이 되고, 문장에도 쉼표를 찍어 한 호흡을 가다듬기도 한다. 무엇에 쫓기듯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버린 우리 생활이 어찌 보면 삭막하고 너무 딱딱하다.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남편이 모든 여행 준비를 해 두고 부인에게 운동화에 수수한 옷차림을 하여 함께 다녀올 곳이 있다고 하고 3박 4일의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한나절을 간 후에 부인이 어리둥절하면서 어디 가느냐고 묻기에 나흘간은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고 당신을 잘 모시겠다고 했단다. 부인의 놀라움과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찌들인 가사에서 부인을 해방시켜 주려는 배려, 어떤 사람인지 참 멋진 남편인 것 같다. 열심히 살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여행도 하자. 맛집을 찾아 즐기기도 하고, 새로운 풍물을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걷고 보고 즐거워하자. 몸을 단련하기 위해 근육 운동을 하듯 마음을 건강하게 다듬고 가꾸기 위해 생활 속의 그 무거운 짐을 모두 벗어놓고 어느 시인의 말과 같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가 되어 보자.

산야를 뛰놀던 화랑의 멋진 모습을 이어받자.

신라 화랑들이 금강산과 지리산 같은 아름다운 산과 깊은 계곡을 찾아 심신을 수련하고 나라 사랑 정신을 기르며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역사 속의 멋진 화랑의 빛난 얼을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그 아름다운 기상과 정신을 이어받도록 만든 곳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랑이 놀던 경주 남산자락에 197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소년들의 수련 활동을 하는 화랑 교육원을 세워 국궁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경주와 남산 그리고 화랑 교육원의 아름다운 건축미가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 내고 있어 지나가는 길손이 가끔 들리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참 많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어디를 가도 산이 있고 강도 있고 여기에 더하여 시원한 바다까지 있다. 가볼 만한 가치 있는 명소들이 한 둘이 아니니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 한번 떠나보자.

장거리 여행은 비행기로 하는 방법, 쿠르즈 여행, 기차, 자동차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를 통한 여행이다. 이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떠나보면 쉬우면서도 간단하다. 여행의 참맛은 좀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두 다리로 하는 도보 여행이 최고다. 걸어서 하는 여행을 찾아보면,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있고, 해안선을 따라 도보로 제주를 여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올레길, 지리산을 둘러싼 여러 마을을 연결하여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지리산 둘레길, 영남의 정기 어린 소백산 자락을 한 바퀴 휘감아 도는 소백산 자락길, 이 외에도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걸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여러 길이 있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해파랑길이다.

해파랑길을 가보자.

이 길은 부산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의 해변 따라 만들어진 총 길이는 770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걷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다. 동해의 싱그러운 파도를 길동무 삼아 걷다 보면,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 같은 재미있는 내용이 서려 있고, 유적과 문화재가 자연과 더불어 깊은 맛을 더해 주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전국의 이런 자료들을 잘 꾸미고 다듬어서 만든 책이 바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다. 한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일으킨 것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여 꾸몄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천천히 걷고 걸으면서 가는 길이 해파랑길이다.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걷기로 장거리 여행을 하면 멈추고 비운만큼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체중 감소로 인한 몸과 정신의 건강이다. 모든 일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워져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몸과 마음도 가벼워질 것이다.

파리 시내로 흐르는 한강의 절반도 안 되는 조그마한 하천 같은 강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라는 한 시인의 노래로 인해 세느강이 환상적인 아름다운 강이 되었다.

전설의 스포츠 스타 NBA의 마이클 조던 선수가 신었던 나이키 운동화가 7억 원에 경매로 팔렸다고 한다. 그 운동화에는 최고의 농구 선수라는 명예와 승리한다는 가치가 맞물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물건의 가치는 필요보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헌 운동화 한 켤레가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것으로 만든 것이다.

산야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곳곳을 보석 같은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가꾸고 다듬어 보자.

그러면 수많은 세느강이 생겨나고, 마이클 조던의 운동화보다 더 값진 우리의 산야가 생겨날 것이다. 우리의 생활을 잠시 멈추고 길 따라 걷는 나그네 심정으로 역사와 문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찾으면서 여행 한번 떠나보자. 이영우 前 경북교육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