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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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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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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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지만, 예상보다 더 빨리 왔다. 지난주에 일제히 보도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인구감소 말이다. 통계 사상 최초로 ‘자연감소’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30년경이라던 그동안의 예측에서 10년이나 앞당겨졌다.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는 동안 최대 수백 만 정도에 머무르던 한반도의 인구는 1900년대 초반 공식적으로 1000만을 넘는다. 그리고는 불과 한 세기 지난 2012년에는 다섯 배인 5000만까지 급성장했지만, 폭주하던 추세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완화되더니 결국 예상보다도 빨리 감소추세로 들어선 것이다.

인구감소는 대부분 선진국들이 겪는 운명(?)이라 생각하며 넘겨보려 해도 그게 쉽지 않다. 정보산업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총인구는 국력의 바탕으로 아직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인구 감소도 문제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초일지 모를 0점대 출산율이 더 큰 충격이다. 출산율의 저하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와 노령사회로 직진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면서 진행되면 충격에 대비라도 하겠건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정확한 인식과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인구문제를 다루어 온 방식이나 자세를 보면 과연 이런 역사적 위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첫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인구증가를 추구하는 정책 관습이다. 특히 지자체의 정책들이 그러하다. 대표적인 것이 각 지역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도시기본계획이다. 개발을 통해 20년 뒤에는 지역 인구를 두 배로 증가시키겠다는 야심찬(?) 구상이 아직도 버젓이 들어가곤 한다. 그러다 보니 전국 인구를 합하면 무려 2억이 넘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지자체가 있다는 소식은 아직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인구의 양적 증가에 그토록 집착하는데 현실은 가파른 감소세라니,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구문제를 가지고 실속 없는 정책적 ‘블러핑’이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둘째는 인구감소에 대한 지나친 센세이셔널리즘이다. 최근에 떠도는 ‘한국인 멸종설’이 그 대표이다. 추세대로 가면 2700년대에 한국인은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분석인데 심지어는 국회 보고서에도 인용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너무도 뜬금없다. 추세 연장에 의한 인구예측기법이라고 해봤자 고작 몇 십 년 정도를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할 몇 세기 이후는 그저 상상의 영역에 속한다. 위기론을 넘어 종말론까지 동원하는 것은 현실을 마주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현실감을 앗아가 버릴 뿐이다.

마지막으로는 인구증감을 둘러싸고 있는 뻔한 ‘세대 논리’이다. 말하자면 ‘국력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더 생산(?)에 힘써야한다’는 식이다. 단언컨대 여기에 설득되어 아이를 충분히 낳아 줄 젊은 층은 거의 없다. 그 속에 담긴 일종의 세대 논리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후를 의탁하기에 충분할만한 숫자로 있어달라는 기성세대의 그런 요구로 들릴 뿐이다. 문제는 한해에도 백만 명 가까이 태어나던 베이비부머 세대, 이 역사적으로 무거운 머리가 역사상 가장 가냘픈 허리 위로 올라가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결코 강한 허리가 못된다. 숫자도 적지만 이들이 겪을 환경이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 역사상 최초로 아버지보다 아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세대이다. 한 십년 일하면 집 한 칸은 구하던 과거와는 달리, 배울 거 배우고 평생 소득을 모아도 자기 힘으로는 아파트 한 채 장만이 불가능한 세대이다.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라고 운을 떼기 이전에 ‘이 때를 아십니까?’ 라는 질문을 받아야 할 지경이다. 환경도 다르고 살아가는 문법 자체가 다른데 여전히 성장기의 논리만을 들이대니 감동도 설득력도 없는 ‘꼰대질’ 에 불과하게 되고 만다. 더구나 이런 ‘꼰대질’로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인구는 어떤 면에서 가장 정직한 숫자이다. 늘어날 만하니 늘어나고, 줄어들 만하니 줄어드는 것이다. 그 시대의 사회문화 환경이 제공하는 용량만큼만 증가할 뿐이다. 또한 급하다고 해서 당장 풀리는 문제도 아니다. 이삼십년 전부터 만들어온 사회 환경의 결과가 지금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이삼십년 후를 기약하면서 씨앗을 뿌리는 수밖에는 없다. 숫자로 성과로 다룰 것도 아니고 위기감 고취로 해결할 것도 아니다. 다음 세대들에 대한 공감과 그들이 살아갈 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출산이라는 열매만 쏙 빼먹을 수도 없다.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 가족, 남녀관계, 공동체, 그리고 교육, 주거와 같은 요소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개선해나가는 것 외에는 어떤 지름길도 있을 수 없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 시스템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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