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윤미향 구하고 공정·정의 버리나
  • 모용복기자
민주당, 윤미향 구하고 공정·정의 버리나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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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 비리 주체자 위로·두둔
울분 토하며 ‘정의연’ 잘못 폭로한
내부 고발자 이용수 할머니는 외면
이해찬, 윤 의원 호위무사까지 자처
징계 국민적 요구에 함구… 공분 사
국익 위해 이 할머니에 용서 구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미향 의원실을 찾았다. 주지하다시피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으로, 회계부정 의혹을 포함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530호 윤 의원실을 방문한 정청래·이수진 의원은 “얼마나 힘들겠냐” “힘내시라” “진솔하게 성실하게 소명하느라 수고했다” 등의 위로 말을 건넸다고 한다.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들이 만일 국민들을 생각했다면 그들이 향해야 할 곳은 국회의원실이 아닌 위안부 피해 할머니였다. 비리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보다 비리를 저지른 주체를 먼저 챙기는 것은 공당(公黨)인 집권 여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동료 의원에 대해 갖는 동지애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다.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동료를 챙기기 전에 국민 마음부터 먼저 살피는 게 도리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윤 의원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구순(九旬)이 넘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두 번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과 정의연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폭로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온갖 험담과 비아냥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 할머니의 처지는 안중에 없이 동료의원부터 챙기려 드는 민주당 의원들의 행위는 당사자인 이 할머니에 대한 모독을 넘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여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윤 의원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이)나름대로 소명할 것은 소명 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 말대로라면 이용수 할머니가 근거 없는 억지주장을 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윤 의원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할머니 폭로에 대한 논란이 해소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거의 없다. 사실 속 시원한 해명은 하나도 없이 부인만 하다 끝낸 자리였다. 기부금 횡령의혹을 비롯해 아파트 매입 자금·딸 유학비 출처 논란, 경기도 안성쉼터 고가매입과 부적절한 운영, 방미 기부금 용처 등 각종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마치 모든 의혹들이 소명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의원실에 첫 출근해서는 웃는 모습이 포착됐고, 다소 여유있는 표정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윤 의원의 눈과 귀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절규가 들리지 않고 눈물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윤 의원과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에 대한 폭로가 꼬리를 물고 잇따르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군인, 노무자, 위안부 등 한국인 피해자와 유가족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정대협을 가리켜 “천인공노할 집단” “비리의 시궁창”이란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인천의 한 식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과 정대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또 하나의 권력단체를 살찌우는데 혈안이 됐을 뿐”이라며 “최근 드러난 비리와 의혹은 빙산의 일각”이라고까지 했다. 이날은 윤 의원이 의원 신분으로 국회에 첫 출근을 한 날이다.

이들은 또 정대협이 매장과 비석을 세워 달라는 위안부 할머니의 유언을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 할머니들이 정대협과 윤 전 이사장을 무서워했다”는 폭로는 가슴 아픈 대목이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대변자요 구세주를 자처했던 단체와 대표가 실제로는 이들을 착취하고 군림하는 또 하나의 일본군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국민을 우롱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울린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윤 의원을 징계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윤 의원을 구하려는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 조국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겨냥한 검찰수사에 대해 백안시하던 민주당이 이번엔 검찰수사에 기대고 있는 꼴이니 모순도 이만한 모순이 없다. 윤 의원에 대한 징계는 검찰수사나 재판결과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정과 정의는 검찰이나 법원의 책무가 아닌 국회가 짊어져야할 몫이다. 그것이 국민들이 그들을 민의의 전당으로 보낸 이유다. 윤 의원을 향해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은 이미 쓸어 담을 수 없을 지경까지 왔다.

윤 의원은 총선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일본 정부에 강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 한국인이 마침내 일본의 조롱거리 된 것이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윤 씨에게선 입장이 곤란해졌을 때 한국인에게 흔한 언행과 태도가 보였다”며 한국인들을 싸잡아 조롱하고 비난했다. 우리 내부 혼란을 틈탄 악의적인 보도지만 저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가다간 위안부 피해 문제를 포함한 한·일간 과거사 문제가 도매금으로 희화화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집권당인 민주당이 국익과 나라 장래를 먼저 생각한다면 ‘윤미향 구하기’보다 이용수 할머니에게 달려가 백 번 천 번 용서를 구하는 일이 우선 돼야 한다. 그게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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