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아동학대 안전망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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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아동학대 안전망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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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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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탈을 쓴 계모에 의해 9살 어린이가 무참히 숨졌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여행용 가방에 갇혀 7시간 넘게 공포 속에서 떨다 끝내 숨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계모의 잔혹한 학대행위가 이미 이전에 알려졌으며, 그로 인해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아동학대 안전망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 내 아동학대 안전망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천안지역 한 아파트에서 7시간 이상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된 9살 어린이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아이를 가방에 가둔 계모는 처음에 가로 50㎝·세로 70㎝ 정도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외출했다. 3시간 뒤에 돌아온 계모는 아이가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가방에 가둬 숨지게 만들었다.

계모의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달 5일 어린이날엔 아이의 머리가 찢어져 인근 대학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다. 이 때 의료진은 아이 몸 곳곳에 난 상처를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다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했다. 이때 친아버지와 동거녀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작년 10월부터 4차례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차례 추가 방문상담과 전화로 모니터링을 진행했지만, 아이를 부모와 격리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아이가 부모에게 맞은 게 아니라고 진술했고, 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습적인 학대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변명과 아이의 진술에만 의존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끝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학대에 시달려온 아이는 부모의 폭력과 가정에서 분리될 것이 두려워 학대사실을 명확이 밝힐 수 없으며, 학대부모는 잘못을 인정하는 척하며 교묘한 수법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관계기관이 더욱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아동학대에 개입하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 9살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계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국가시스템 구축에 대한 요구도 있어 눈길을 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당국에서도 안전망 재구축에 나섰지만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결국 형식적인 개선에만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터뜨리게 만들 듯이 사소한 학대를 방치하면 이번과 같은 엄청난 비극을 낳게 된다. 아동학대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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