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글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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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정글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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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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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첫 출발부터 엉망진창이다.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고 미래통합당이 빠진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국방위원장, 외교통일위원장, 보건복지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상임위 강제배정 사태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 상임위를 강제 배정하고 상임위원장을 여당 단독으로 선출한 것은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유례없는 사건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폭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처럼 폭거이든, 여당의 주장처럼 국회 정상화를 위한 행동이든 헌정사에 영원히 남을 오점임은 분명하다.

물론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조급함은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 2주가 넘었지만, 국회 활동은 멈추어 있어 모든 책임은 여당인 민주당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늦어진 것은 민주당이 국회 관례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즉, 여야의 양보 없는 싸움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는 자리싸움 때문이었다. 그동안 국회 관례는 다수 1당이 국회의장을,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나눠 맡아왔다. 12년 전에 81석이었던 민주당도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관례보다는 다수당인 자신들이 법사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여당의 일방적인 상임위원장 선출 사태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특히 지금까지 제1야당 맡아온 법사위를 못 지켜내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다. 애초부터 거대 여당에 맞서 소수 야당의 원내대표가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주 원내대표가 못 막아낸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이다.

통합당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 결의를 하고 다시 힘을 모아서 하자고 했지만 그는 사퇴의 뜻을 접지 않았다. 동료의원들도 주 원내대표의 사퇴를 수긍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새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가 사퇴 뜻을 끝내 접지 않는다면 원내 지도부 공백 상태를 마냥 방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통합당 지도부가 공백상태여도 여당은 거대 의석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이제 21대 국회를 통해 관례도, 법대로도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할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는 점이다. 4년 뒤 22대 국회에서는 과반인 151석을 얻은 정당이 모든 상임위를 차지하고 국회를 독단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국회가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하고 있다.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옳은 방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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