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원내대표가 사찰로 간 까닭은
  • 모용복기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찰로 간 까닭은
  • 모용복기자
  • 승인 2020.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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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거 전 현충원 참배·현충사 방문 눈길
일전불사 각오한 충무공 심정이었을까
중진들 복귀 요청·동료의 방문도 거절
용맹정진 통해 어떤 결과 얻을지 관심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절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데 따른 반발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곧바로 원내대표직을 내던지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은 충청도에 있는 모 사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사령탑이 없는 통합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독주를 하고 있는 거여(巨與)에 맞서 싸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좌표설정도 하지 못한 채 중구난방으로 온갖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잇따라 전화를 걸어 복귀요청을 하고 나섰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 지시로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이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히자 “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봐서 당분간 절에 머물면서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 원내대표가 사찰 칩거에 앞서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 뒤 충남 아산 현충사를 방문한 사실이 새삼 눈길을 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현충사를 찾았으며, 충무공 이순신 영정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주 원내대표에게 있어서 상임위를 독식하고 국회를 좌지우지하려는 민주당의 횡포가 왜(倭)의 거대한 선단을 마주하고 일전불사를 각오한 충무공의 심정과 같았을까.?

충무공은 선조에게 ‘상유십이척(尙有十二隻: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다)’이라는 상소를 올린 후 전쟁터로 향했다. 그렇다면 통합당 사령관인 주 원내대표도 상유칠석((尙有七席:민주당이 통합당 몫으로 내놓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을 마음 속에 품고 거대 여당과의 싸움에 임할 각오를 다졌을까? 원내대표직 사퇴의사까지 밝히고서 현충사를 찾은 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자택이나 여행이 아닌 칩거장소로 절을 택한 것 또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유발승(머리를 깎지 않은 승려)이라 불릴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다. ‘진퇴양난’의 무거운 마음으로 절을 찾은 그는 매일 108배를 올리며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그러기에 중진들의 복귀요청과 동료의 방문도 거절했다. 이처럼 그가 당분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용맹정진을 통해 얻을 결과가 무엇이 될지 관심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에게 허용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다음 주께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원내대표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안보상황도 그의 발길을 마냥 절에 잡아 두지 못하는 요인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민생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국내 정치는 국민 관심 밖이다. 국민들의 안보불안 해소를 위해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자당 이익을 위한 정치적인 주장만 계속했다간 자칫 민심이반이라는 악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통합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통합당 내부에서는 재신임 기류가 강하다. 현재 거대 여당을 상대해 당의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능력을 지닌 인물로 그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인 정치이력에 비춰보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막중한 소임을 내던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이번 사찰행은 큰 정치를 위한 설계 내지 숨고르기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충사와 절을 거쳐 여의도에 복귀한 후 내놓을 카드가 궁금해진다. 그가 충무공의 선공후사와 불교의 무욕(無慾) 정신을 체득했다면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소수 야당의 현실을 인정하고, 상임위원장 자리 포기보다 가져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당내 일각의 현실론도 그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만약 주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초기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낸다면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 새로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독주하는 여당이 오히려 거대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1당 독주는 민주국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비록 조금 느리더라도 수레바퀴처럼 여야가 함께 가야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한 쪽을 무시하고 혼자 일방독주하다간 오히려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19일)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 완료를 예고한 날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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