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법안’ 막는 체계 자구심사권은 필요하다
  • 손경호기자
‘엉터리 법안’ 막는 체계 자구심사권은 필요하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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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적으로 야당이 차지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면서 국회가 공전상태다.

법사위원장을 빼앗긴 미래통합당은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가져가라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법사위는 체계·자구심사권을 갖고 있다. 체계·자구심사권은 타 상임위 등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해 헌법이나 법률 체계와의 충돌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법사위는 그동안 이 체계·자구심사권으로 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법사위를 통과해야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 표결 절차를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계·자구심사권은 법사위가 국회의 ‘상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옥상옥’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옥상옥 권한으로 법사위에서 타 상임위 통과 법안을 묵혀두었다가 자동폐기시키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에 가로막혀 폐기된 법안이 91건에 달했다. 특히 민주당이 야당으로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18대, 19대 국회에서도 218건의 법률안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만 놓고보면 국회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은 사실상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년에 10여 건의 위헌 법률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물론 각 상임위에서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면 법사위를 통하지 않고도 위헌법률들을 잘 걸러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상임위 동료의원이 낸 법안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는 쉽지 않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얼렁뚱당 넘어가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지난 20대 국회의 중고자동차 성능점검보험의 임의보험 전환 추진 사건은 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 필요한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중고차 임의보험 추진을 내용으로 한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고 법사위만 통과하면 사실상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법사위에서 통합당 정점식 국회의원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법안에 제동이 걸렸다. 개정안은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4 2항의 말미를 ‘가입하여야 한다’에서 ‘가입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강제 가입을 임의가입으로 바꾸게 되면 제58조의3 4항의 자동차성능ㆍ상태점검자의 보증 책임에 관한 관계 증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하는데도 변경하지 않고 국회의원들에게 통과시켜 달라고만 한 것이다. 이 법안이 얼마나 졸속으로 발의됐고,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에서 얼마나 졸속으로 심사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정 의원의 지적이 없고, 법사위를 통과했다면 이 같은 엉터리 법안이 버젓이 본회를 통과하는 촌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국토부가 법안 통과에 찬성하면서도 조문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 보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법안 하나하나가 국민의 생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만약 법안을 꼼꼼히 들여다 봤는데도 이 같은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능력 부족으로 앞으로도 이 같은 유사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제도가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번짓수를 잘 못 짚었다. 정작 소비자 단체는 이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험료를 소비자가 아닌 중고자동차 매매업자들이 지불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자신들이 파는 중고차가 이상이 없다고 소비자에게 보증하는데 보험료를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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