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와 최은희, 그리고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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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와 최은희, 그리고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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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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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포항의 스토리 구슬
콘텐츠로 꿰어야 보배 돼
이한웅 콘텐츠연구소 상상 대표
이한웅 콘텐츠연구소 상상 대표
세기의 여배우 마릴린먼로와 한국영화계의 한 세기를 풍미했던 여배우 최은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대중으로 부터 엄청난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두 사람은 1926년생 동갑내기 이었다.

또 하나, 두 배우는 한국전쟁 직후 1954년 2월 대구 동촌비행장(K-2)에서 사진처럼 만나 친분을 다졌다. 그리고 마지막 공통점에 “포항” 이라는 도시가 등장한다.

마릴린 먼로가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1954년, 마릴린 먼로는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인물인 조 디마지오와 두 번째 결혼을 한 후,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일본에서 허니문을 즐기던 먼로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을 위문해 달라는 미국정부의 요청을 받자마자 2월16일, 첫날밤도 지내지 않고 한국으로 달려왔다. 이때 대구로 날아 온 먼로를 환영하기 위해 배우 백성희와 최은희가 마중을 나갔던 것이다. 먼로는 당시 4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포항, 인제 등을 강행군하며 10차례에 걸쳐 10만명의 미군을 위문하는 대대적인 공연을 펼쳤다.

특히 그녀는 포항에서 인상적인 공연을 하고 돌아갔다. 그 때 포항에는 장진호전투에서 철수한 미해병 1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을 위문하기 위해 먼로가 포항에 왔던 것이다. 그렇게 먼로가 포항에서 공연을 마치고 떠난 뒤 3년후 1957년, 최은희는 영화 촬영을 위해 포항에서 6개월가량 머문다.

 
포항을 배경으로한 영화 ‘형제’ 포스터.
1954년 대구 동촌비행장에 도착한 마릴린 먼로(가운데)와 마중나온 최은희(왼쪽) 백성희(오른쪽).

포항을 배경으로 한 첫 영화 ‘형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현지 로케이션을 위해 중앙상가 우체국근처 뒷골목 동남여관에서 영화 스텝들과 숙식을 같이했다. 최은희가 숙소에 머물면서 중앙상가 다방에 자주 나타나자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호미곶과 청하등 해안에서 주로 촬영됐고 동광병원 뒤 소금창고와 시내곳곳이 무대였다.1958년, 시내 시민극장에서 3주간 상영돼 3천여명을 모았다. 당시 인구 6만명으로 치면 흥행에도 성공했다.

가수 최백호를 인기 정상으로 올려놓은 올려놓는 ‘영일만 친구’의 배경도 포항 중앙상가다. 1978년 최백호가 중앙상가 한성음악다방 DJ로 일하던 친구 홍수진을 만나 술 한 잔하면서 그날 밤 어느 여관방에서 단숨에 만든 노래가 ‘영일만친구’다. 이처럼 많은 인물들이 포항을 거쳐가면서 많은 스토리를 남겨두고 갔지만 흔적을 이용한 콘텐츠자원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옷깃만 스쳐간 인연을 스토리화해 마케팅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심재생의 경우도 건물을 새로 짓고 복원하고 하기 전에 스토리와 콘텐츠자원을 먼저 복원하는 일이 더 절실하다. 돈을 많이 들이자는 것이 아니다. 작은 표지석 하나라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만들고 그 콘텐츠의 탄탄한 ‘반석’ 위에 길을 내고, 건물을 올려야 지속가능한 자원이 된다. 이한웅 콘텐츠연구소 상상 대표

무수한 스토리가 잠재해 있는 포항, 구슬이 서말, 너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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