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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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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뿌리까지 찾아 들어가면 결국 재능의 부족보다 결심의 부족으로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의지가 있고 그 일에 대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노력을 지속한다면 재능과 무관하게 반드시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한번 마음먹은 일을 지켜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작심삼일이라 했듯 관념과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감정의 기복으로 결심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그렇다면 결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의지의 박약으로만 볼게 아니라 방법론적인 문제로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타성에 젖은 나태한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변화를 다짐하게 되면 당장 내일부터 오늘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필시 이것 때문에 굳게 다진 각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결심이 쉽게 무너지는 이유가 너무 급격하게 다변화된 자신을 스스로 요구하는데 기인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모자란데 결심을 실행하는 순간 이후부터 완벽해지려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금세 마음이 무너진다. 그리고는 “나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간인가 봐”라며 자신을 책망하다가 포기해 버린다. 살아가면서 여러 번 변화를 시도하지만 매번 똑같은 결과를 되풀이한다. 향상성에 무감각해진 삶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뿐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을 한 단계씩 도약시키는 결심에서 실패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우선 결심 한 것에 대한 성과를 맛보는 일이다. 작은 것 어느 하나라도 그것을 이루었을 때의 뿌듯한 결실을 얻게 되면 더 어려운 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때부터는 옆에서 말려도 스스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달성하기 쉬운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하여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분산된 햇빛이 종이를 태우려면 볼록렌즈로 한 곳에 모아야 되듯, 결심이 난관의 벽을 태우게 하려면 한곳에 마음이 집중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물리학에서 연쇄반응을 Chain Reaction이라고 하는데 어떤 한 가지 반응이 일어나면 쇠사슬 고리처럼 연속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기에 종종 눈사태나 산불에 비유되기도 한다. 작은 눈 더미가 경사를 따라 쓸려 내려오면서 점점 불어 큰 눈사태가 된다거나,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발전하는 경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작은 발단이 거대한 반응으로 진행되듯 삶의 메커니즘도 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여 성과를 이루면 거기서부터 여러 개의 가지를 뻗으며 다음 단계의 진보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몸이 나약하고 마른데다 성격까지 까칠하여 사회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청년이 있었다. 유난히 팔 힘이 약했던 그가 처음 시작한 운동은 악력운동이었다. 손에 쥐고 쪼물쪼물하는 정도였지만 한 달 넘게 지속하니 신기하게도 도자기 같이 매끈한 팔뚝에 울퉁불퉁한 근육이 돋더란다. 손아귀 힘도 좋아진 듯 했다. 자신감이 조금 생기자 더 힘든 운동에 도전했고 결국 그는 우람한 근육을 가진 보디빌더 선수가 되었다고 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격렬한 운동을 했더라면 며칠 못가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악력운동이라는 한가지의 작은 시작과 지속이 연쇄적인 반응을 유발하여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꾼 것이다.

인생여정도 다를 바 없다. 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직하게 살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비교적 성공한 삶을 이룬 한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삶의 좌우명은 “정직하게 살자”라는 그 한 구절이었다. 세 살배기도 알고 있는 “정직하게 살자”라는 이 단순한 한 가지를 지키고 지속한다면 어떤 연쇄반응이 일어날까? 우선 정직하게 삶을 지탱하려면 성실할 수밖에 없다. 성실하면 주위로 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는다. 그것은 성공의 확실한 발판을 만들어준다. 최고는 최고를 알아보고, 선은 선끼리 어우러지듯 좋은 한 가지를 시작하면 또 다른 좋은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어느 한 가지의 진리를 가슴에 굳게 품고 있으면 그에 따르는 모든 진리들이 모여든다. 지혜와 존경도 절로 따라온다.

태산도 작은 돌 하나, 흙 한줌들이 모인 것이다. 이루어진 백가지는 어느 한가지부터 시작된 것이다. 작심삼일로 늘 실패를 거듭했던 결심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달성하기 쉬운 어느 한가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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