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 집행 서두름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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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추경 집행 서두름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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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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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급한데 바로 질러가도 시간이 없는 상황에 돌아가라니 말이 되는가. 언뜻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일의 비중이 높을수록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파이가 클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두르다보면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쉬우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로 성급함을 자제 한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으로 세계가 고전을 겪고 있다. 역대급 경기침체에 근절시키지 못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정부는 추경을 요구하고 올해 들어 3번째 추경인 35조원의 배정계획안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4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3차 추경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집행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말로 추경의 집행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종잡을 수 없는 코로나바이러스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어 예산을 확보해도 걱정이 앞선다. 재정이 낭비되지 않으려면 국회에서 정부가 올린 예산안을 꼼꼼히 심의해야 한다. 타당한 사업에 타당한 예산이 배정되었는지를 보지 않고 예산을 통과시키면 이로 인해 예산이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쓰여 재정이 낭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3번의 추경이 진행되었고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일이다. 물론 우리 정부가 겪는 사상 초유의 일이고 세계적으로 번진 감염병으로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3번의 추경에도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고 전제한 것처럼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사안의 중대함만큼 역대급 규모로 예산을 편성하였는데 막상 이것을 심의해야할 여야는 심도 있는 심의를 하지 못하였다. 급하게 편성하는 예산으로 정부도 꼼꼼한 기획을 올리지 못하였을 테고 심의도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겨우 형식만 치러냈다. 35조원의 예산안 심의가 아무리 능력을 다 갖춘 전문가라도 한 두 시간 안에 끝내기는 불가능하다. 상임위 심의가 대략 한두 시간에 끝나고 산자위 심의는 한 시간 반 심사에 올려진 예산에 2조 3천억을 늘려 원안보다 21.3%를 더 올려 예결위로 넘겨졌다.

그러나 이런 사정은 아랑곳없이 정부는 경기 대응 타이밍을 거론하며 3개월 안에 추경의 3/4을 집행할 계획이다. 정부의 기획이 구체화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추경이 통과되었다고 돈부터 나눠준다니 과연 목적하는 대로 효율적인 집행이 진행될 수 있을까.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 안을 29일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했다지만 29일 동안 밤낮으로 예산안을 뜯어본 것이 아니다. 여야의 원구성도 의견이 분분하여 아예 국회가 열리지 못한 탓이다. 2차 추경 처리에 14일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두 배가 넘게 걸렸다는 것이 규모가 큰 예산을 따져보느라 걸린 시간이 아니란 말이다. 시간상 올려진 예산의 개요 파악도 버거웠을 것이다. 예산의 3/4이 10월 전에 집행이 완료되는데 말로는 적재적소에 집행하여 경제도약에 이르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당장 최근 이슈가 되는 대학등록금 반환으로 본예산에서 삭감된 대학지원 예산이 통과되었다. 재정으로 등록금 반환을 커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국무총리까지 이의를 제기한 것은 물론 소모성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여 재정투입이 중단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프로젝트 등 서두르는 기운에 휩쓸려 어렵게 마련한 재정이 무의미하게 날아갈 우려가 크다.

어렵다고 소모성 프로젝트에 재정을 투입하면 재정이 투입되는 동안은 국민들의 미소를 볼 수 있겠지만 재정이 중단되면 원성이 시작될 것이다. 침체된 경기를 일으켜 보려는 의도는 공감하지만 힘들더라도 빵이 아닌 빵을 만드는 체계에 재정을 투입하고 인력에 투자해야 한다. 돈으로 맛있는 빵을 살 수는 있지만 빵을 만드는 사람, 밀가루, 우유, 계란 등의 공급라인이 끊기면 돈이 있어도 빵을 구할 수가 없게 된다. 경제의 여러 분야의 생태계가 살아 있어야 전체 경제의 톱니가 맞아 큰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할 일이 산적해 있고 투입결과를 보며 조정이 필요한 일도 많은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할 인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있지만 모두가 참여하지 못했고 한쪽 다리로만 걸으려고 하니 온전한 보행도 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예산을 통과시키긴 하였으나 지금부터가 더 문제인 상황이다. 야당은 본연의 임무를 해태해서는 안 된다. 수적 열세로 무조건 보이콧을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여야가 함께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하며 중대한 나라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용훈 국민정치 경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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