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와 자연을 벗 삼아 좋은 시절 보냈지요
  • 경북도민일보
투명한 유리와 자연을 벗 삼아 좋은 시절 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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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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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 몰랐던 시절부터
유리 만지기 시작해
50년째 명성유리가게 운영
수석·야생초 매력에 빠져
‘미초회’가입해 본격 활동
포항문예회관서 전시회도
학산동 황위자씨
황위자씨 결혼

황위자의 포항이야기<38>

남편은 월남 참전 용사다.

경주 안강에서 출생한 남편 김명구(75)는 원 본적지는 의성이다. 남편과 중매 결혼을 했다. 그때 월남에서의 사진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 당시 남편 누님이 안강에 들어와서 한약방을 하고 있었다. 시매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중매를 해서 1972년에 결혼 했다.

그 때 남편 누님 집에서 선을 보았는데 남편은 왜관 목장일을 하다가 군대에 갔다. 자형이 소개해서 서울유리 점원으로 일을 배우고 있을 때 우리 어머니께서 먼저 남편을 만나보았다. 의논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난 것이다. 그때 남편은 “아줌마 나는 요 딸을 준다해도 부뚜막에 앉힐데도 없어요”라고 했다. 이 말에 어머니가 홀딱 반했다고 한다. 처음 남편을 만났는데,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키 큰 사람을 좋아했다. 내가 작으니까. 그래서 엄마한테 난 그 사람한테 시집 안간다고 했다.

남편은 8남매 가운데 7번째다. 큰아버지 말씀이 키 크면 하늘의 별을 따느냐고. 어머니가 한복을 입고 가라고 해서 사진관에 데리고 가서 약혼 사진도 찍고 결국엔 안강 친정에서 구식 결혼을 했다.

유리를 만지는 일은 칼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

자전거로 유리를 배달했다. 저 유리를 과연 넣고 올까 하는 마음으로 걱정이 앞섰다. 그 때는 유리집에서 인형, 액자, 거울 등을 팔았다.

손님이 와서 어느 집에는 얼마라고 하면 그냥 순진해서 믿고 그대로 팔기도 했다. 세상 물정 몰라 곧이곧대로 듣고 밑지고 팔았다.

결혼 후 지난 1971년 포항 동빈동에서 명성유리라는 가게를 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제 50년이 다 됐다.

수석에 홀랑 빠졌다. 새까만 돌에 하얀 반점이 나를 매료시켰다. 거실, 적벽돌에 비닐로 수족관을 하던 시기에 병곡돌로 채웠다.

영해를 지나 병곡이라는 곳의 돌이 단연 으뜸이었다. 그때 영덕의 수석회원과 함께 돌을 주우러 갔다.

요즘은 수석과 함께 야생초 분재도 하는 ‘미초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중이다. 야생초가 너무 아름답고 앙증스러워서 산과 바다, 강 어디 안 간 곳이 없다. 가게가 유행을 타기에 유리만 계속 했다. 그래서 조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던 시기였다. 경기도 남한강에 돌 주우러 가던 시절도 좋았다. 지난 1998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미초회 야생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어머니 동생이 치마저고리 입고 축하해 주러 왔다. 한동안 자연과 함께 좋은 시절을 보내고나니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갔다.

아들 3명을 두고 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서 기르던 시절이었다. 막내 김용재(39) 이야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유리더미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다리를 다쳤는데 이식수술이 필요하다고 했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사고로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돌봤다. 모든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이식수술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막내가 그때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

막내는 “나는 엄마 같은 사람과 결혼할 거야”라고 했다. 매달 용돈도 보내주고,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자기가 모시겠다고 한다. 참 기특하다. 아들들은 모두 결혼해서 서울에 살고 있다. 자식들은 모두가 효자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자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일생동안 돈을 따르지 말고, 사람냄새 나게 건강하게만 살아다오”.


자료제공=콘텐츠연구소 상상·도서출판 아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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