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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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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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빠진 사람이 볼 수 있는 하늘은 구멍을 통해 보이는 딱 그 크기 만큼이다. 드넓은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 채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 이게 편견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편견이라고 한다. 존재 또는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에 있어서 어느 한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판단한다. 편견에 빠진 사람은 주관적이고 독선적이다. 반대의견을 내세우면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라고 말한다. 천사가 내려와 귀에 대고 속닥거려도 사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견은 밝은 빛을 가릴 뿐만 아니라 세상의 훌륭하고 영광스러운 것을 희미하게 만드는 최악의 마귀라 한다.

등산을 갔다가 크게 다친 친구를 보고 산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산보다 더 푸근한 품이 없다며 틈만 나면 산을 찾는다. 오랫동안 산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산은 변치 않았다. 지금도 그대로의 산일뿐이다. 문제는 위험표지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등반한 사람에게 사고발생의 본질적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편견은 합리적 이치를 굴절시키고 역사의 관점도 입맛에 맞게 바꿔버린다. 공통의 가치를 파괴시키는 칼날이 되기도 한다. 동굴에 빠진 사람처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리더나 지도자가 되면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유발한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뛰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단지 자신의 편견을 재배치 해놓고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을 뿐이다.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다르다. 물론 역사의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견해와 가치관의 변화로 역사관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 평가는 사실의 집적에 사상적 통일성을 가져야 하며 시대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 시절, 그 상황에서 발생한 일들은 그 당시에는 최선이자 최상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가 물과 기름처럼 유리되어 대립이 격화되는 이유도 편향되고 편협된 역사적 관점에 있다고 나는 단언한다.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또 어떠한가. 이승만 대통령부터 시작하여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과는 따지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박정희 대통령만 하더라도 좌익은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의 화신으로 치부하고, 우익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룬 산업화의 아버지라 말한다. 딱 그것뿐이다. 이렇게 뿌리부터 갈라져 있으니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편견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면 과거에 받았던 어떤 상처에 대한 보상심리와 증오로 질병처럼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배를 당하며 편벽이 더욱 심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편견은 가장 가벼워 보이지만 가장 무겁고, 인간이 구성한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제 1의 해악이라는 점이다. 만약 편견의 벽을 허물 수 있다면 우리사회의 거의 모든 불행의 벽도 허물 수 있다.

사회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해악적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편견의 난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각기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인지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시각과 견해의 편차를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어려울수록 해답이 간단한 곳에 있듯 내 생각, 내 집단이 반드시 옳다는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담아 들어보는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는 것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내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한 가지 글귀가 있다. 존 애드가 후버가 남긴 말이다. “만인을 위한 정의만이 민주주의의 보루이다.”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타도의 대상이고, 내편이면 부정과 비리도 덮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이마 속에 새겨야 할 말이지 않는가.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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