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포항 문화는 흐른다
  • 이진수기자
코로나19에도 포항 문화는 흐른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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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언택트 일상화 속
문화·예술계 조심스레 기지개
‘아르떼 플라멩코’ 포항 첫 공연
경쾌한 음악과 현란한 발구름
관객들 연신 올레·박수로 화답
포항, 코로나에도 문화도시 항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인간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만나고 악수하고 대화하고 함께 놀던 이른바 접촉(대면)사회가 어느 순간 언컨택트(비접촉·비대면)사회로 변했다. 특정 지역이나 국가만이 아닌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된 코로나19 현실에서 감염에 대한 불안과 위험, 공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4일 현재 전세계적으로 무려 1826만7776명의 감염자와 69만339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발생 국가는 218개국이다. 국내는 1만4423명의 확진자에 301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여전히 끝을 모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생 생활의 급격한 변화로 접촉에서 비접촉으로 인간의 활동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것이 집단생활, 접촉사회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의 버스킹을 비롯해 공연장, 전시장 등 특정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문화예술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경제불황과 함께 문화예술의 불황도 심각하다. 이런 숨죽인 문화예술이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들어 오늘이 관객들과 함께하는 첫 공연입니다.”

7월 31일 ‘아르떼 플라맹코’ 공연이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린 가운데 이혜정(안무·연출)씨의 ‘첫 대면 공연이다’는 말에 우리가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공연을 주관한 포항문화재단은 관객들의 발열체크, 마스크 쓰기, 좌석 띄워 앉기 등 철저한 방역을 했다. 대잠홀 1층(434석·코로나19로 100석으로 제한)에 80여 명의 관객들이 찾았다. 텅 비다시피 한 공연장이 낮설게 다가왔다.

원초적인 생명을 암시하는 사막 스크린을 배경으로 ‘사막혼례’ 플라멩코는 무용수들의 미세한 몸짓과 기타, 첼로, 타악기의 잔잔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막이 올랐다.

이후 고혹적이며 풍부한 성량의 가수(깐떼 cante)의 노래 , 그리고 3명의 무용수가 뿜어내는 열정적인 춤사위는 휑한 공연장을 일순 충만케 했다.

경쾌한 음악, 박수(palmas), 힘차면서도 현란한 발구름(zapateado)과 무용은 원색으로 표현되는 강렬한 이미지의 스페인 정통 음악인 플라멩코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어깨를 들썩이던 관객들은 ‘올레!’를 외치며 박수로 화답했다. 집시의 영혼이 깃든 플라멩코가 포항의 한 여름밤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이혜정씨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쌓인 피로감이 상당할텐데 오늘 공연으로 씻어내길 바란다. 무대와 객석이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그의 말이 70분 내내 진정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광풍에도 하나의 공연만으로도 문화가 살아있고, 관객들이 감동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한 관객은 “지난해 12월 스페인 여행에서 플라멩코를 관람했는데 별로였다. 상업적 냄새가 많았다”며 “오늘 포항의 공연은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수준 높은 무대였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포항문화재단이 문화가 있는 날 ‘금욜로’ 시리즈 행사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개최되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아르떼 플라멩코가 올해 첫 공연을 갖게 됐다.

평소 접하기 힘든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심장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통적인 플라멩코가, 이육사 시인이 말한 내 고장(포항) 칠월, 청포도가 알 알이 익어가는 시기에 찾아온 것이다.

아르떼 플라멩코는 스페인 세비야 플라멩코를 사사한 이혜정이 이끄는 단체로 10년 넘게 한국 플라멩코에 수많은 최초를 만들어 있다.

이날 공연은 올 들어 자신들의 첫 대면 작품이라 그 폭과 깊이를 더했다.

재단은 오는 21일 아르스노바 남성중창단(대구), 28일 홍 재즈밴드(포항) 공연에 이어 연말까지 다양한 색깔의 공연을 갖는다.

포항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도 코로나19에 따른 피로, 불안,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지친 시민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선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컨택트(접촉·대면)와 언컨택트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문화는 이러한 사회에서 위기 극복과 삶의 재충전에 큰 힘이 된다.

대형 공연장이 아닌 소수의 관객들이 모였지만 이 같은 기획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그것이 수준 높은 공연이면 감동을 더하게 된다. 코로나19에도 포항의 문화는 이렇게 흐르고 있으며 문화도시로 가고 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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