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은 文정부에 70% 국민인가
  • 모용복선임기자
포항시민은 文정부에 70% 국민인가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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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처
성난 포항民心에 기름부은 격
특별법 시행령 70% 보상규정
3년 동안 고통 감내하며 견딘
지진피해주민 두번 죽이는 일
역대특별법에 이런 규정 없어
포항시민 ‘지역 차별’ 의구심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북
특별법 기준으로 보상 가능성
당장 철폐하고 100% 보상을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와 포항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뒤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전국이 역대급 장맛비로 인해 물에 젖어들었지만 포항민심(民心)은 오히려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인재(人災)인 포항지진을 대하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무관심에 포항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포항지진이 3년이 다 돼 가도록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주민들은 유일한 희망인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또 다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 정부는 과연 포항시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여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17년 발생한 11·15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 굴착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결론 났다. 정부가 추진한 국책사업에 따른 인재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사고발생 원인을 제공한 국가가 완전한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부도 관련법 제정을 통한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약속한 바 있다. 이재민들은 정부 약속을 믿고 수년 째 체육관에서 불편한 생활을 감내해 왔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법 예고한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본 시민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부 보상이 피해금액의 70%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피해금액 100% 보상을 받아도 파손된 집을 새로 지으려면 빚을 내야 하는 판에 70% 금액을 가지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망연자실했다.

급기야 참다못한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지진피해 주민과 단체장, 국회의원, 지진 관련 단체 회원 500여명은 지난 11일 청와대 앞에서 피해금액에 대한 100% 지원과 유형별 지원한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입법예고한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포항북), 김병욱 미래통합당의원(포항남·울릉) 등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 전폭 수정을 촉구했다. 사진=포항시 제공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포항북), 김병욱 미래통합당의원(포항남·울릉) 등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 전폭 수정을 촉구했다. 사진=포항시 제공

입법예고한 포항지진특별법 시행령은 사실상 정부의 포항 홀대다. 모법(母法)인 지진특별법 제14조에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한 지원금을 지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특별법 규정에 따라 실질적인 피해복구를 위해 100% 보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시행령에는 피해 유형별로 지급 한도를 규정하고 지급 비율도 70%로 한정했다. 도대체 이런 치졸한 발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특별법 시행령에 지원한도와 지원율을 정한 사례는 없었다. 세월호가 그랬고 태안 기름유출사고, 가습기 사건 등 역대 특별법 어느 조항에서도 이런 규정을 적용시킨 사례는 없었다.

지역차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이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 대구경북에 큰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기상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9월)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697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0건(50.2%)이 경북에서 발생했다. 또 이 기간 동안 심대한 피해를 입힌 규모 5.0 이상 지진이 경주와 포항에서 1년여 간격을 두고 잇따라 일어났다. 결론적으로 포항, 경주 등 경북동해안과 경북 내륙지역은 지진으로 인해 언제든지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은 향후 지진 피해 보상에 대한 전범(典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인재로 판명 난 포항지진에 대한 피해보상이 겨우 70%에 그칠 경우, 자연발생적인 지진 피해 보상은 이보다 훨씬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럴 경우 피해주민들은 제대로 된 복구는커녕 정상적인 삶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야말로 경북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하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경북이 아닌 서울이나 수도권 등에서 이런 인재로 인한 지진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특별법에 지원한도 70%의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정부는 전례가 없고 근거도 없는 악의적인 포항지진특별법 보상규정을 당장 철폐하고 피해금액 100% 전액을 보상해주길 촉구한다. 지진 피해민들의 고통을 두고 70%니 100%니 하며 돈으로 흥정하는 치졸한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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