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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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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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남 탓하면 자기발전이 없고
기업이 남 탓하면 필시 망할 것이며
정치인이 남 탓하면 국민은 도탄에
안창호 “공은 우리에, 책임은 내게”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방법을 놓고 항일전쟁을 전개하여 승리를 거두는 무력투쟁론과, 국제적인 후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나라를 되찾자는 외교독립론으로 나뉠 때 도산 안창호는 민족개조론을 주창했다. 나라가 없으면 개개인도 없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각성하여 새로워지지 않으면 조국의 독립 또한 없다. 국민이 발산하는 힘의 집약은 국민 각자가 거짓이 없고 진실된 수양을 통하여 정직한 정신으로 무장될 때 가능하다며 국민 개개인의 의식구조를 일신해야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민족개조론을 펼쳤다. 청중들이 모인 자리마다 그는 절규하듯 외쳤다. ‘우리라는 말은 심히 좋은 말이거니와 이 말을 책임전가나 책임회피에 이용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책임에 대해서는 내 것이라 하고, 영광에 관해서는 우리 것이라 하는 것이 도덕에 맞는 언행이요, 공은 우리에게로 돌리고, 책임은 내게로 돌려야 한다’.

종교인이기도 했던 도산 안창호는 일제치하에 고통 받는 민족을 위해 눈물을 쏟으며 이렇게 기도했다. ‘저는 죄인이올시다. 자손은 조상을 원망하고 후진은 선배를 원망하고 우리 민족은 책임을 자기 이외에게로만 돌리려 하니 대관절 왜 자신은 들여다보지 않고 남만 책망하려 합니까. 우리나라가 독립 못하는 것이 모두 나 때문이로구나 하고 가슴을 두드리며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왜 못하고 어찌하여 그놈이 죽일 놈이라고만 하며 자신들을 깨닫지 못합니까.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것은 나 자신들입니다. 그러니 저는 죄인이올시다’라며 밤이 늦도록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다.

삶의 여정에서 당신은 외부적 요인이나 타인에 의해 인생이 파탄날 만한 위기를 몇 번이나 겪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인생의 많은 난제들은 자기 자신과의 문제로 귀착된다. 남 탓은 그 어떤 면에서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개인이 남 탓하면 자기발전이 없고, 기업이 남 탓하면 필시 망하며, 정치인들이 남 탓하면 국민은 도탄에 빠진다. 매사에 남 탓하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상실한 사람임을 알게 된다. 내 탓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자기혁신으로 결점을 고치고 개선하여 반복하지 않을 텐데 남 탓만 한다는 건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운명에 질질 끌려가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 탓하는 사람들은 실수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세상 탓,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이었고 타인의 문제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여긴다. 요즘 유독 많이 회자되는 내로남불의 뿌리이기도 하다. 또한 남 탓은 무능의 소치이자 비열한 행위이다. 본질을 왜곡시키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지만 자기반성에 따른 고통의 감내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문 정권 들어 남 탓, 전 정권 탓을 질리도록 들었다. 단 한 번도 과오를 인정한 적이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팩트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깔아뭉개버린다. 정권을 잡은 지 3년을 훌쩍 넘어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궁지에 몰리면 이런저런 탓만 한다. 어려워진 경제는 기업 탓, 정책의 실패는 전 정권 탓, 정부에 대한 비판은 언론 탓, 비리가 들통 나면 검찰 탓을 한다. 근래 아파트값 폭등으로 민심이 들끓자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전 정권과 전 전정권의 누적된 부동산 정책 탓을 했다. 이러다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조상 탓 하지나 않을는지 우려스럽다.

지난 15일은 75번째 맞는 광복절이다. 반일감정을 부추겨 톡톡히 재미를 본 남 탓하는 정권인사들이여! 조용한 곳에서 벽을 마주하고 앉아 도산 안창호의 기도를 따라 읊조려 보는 것은 어떨런지.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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