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그곳 사람을 닮고, 사람은 그 도시를 닮는다”
  • 경북도민일보
“도시는 그곳 사람을 닮고, 사람은 그 도시를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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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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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도시재생과 도시디자인
형산강 상공에서 바라본 포항시 전경.
송도동 도시재생 구상도..
중앙동 육거리 일원 도시재생 구상도.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재생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난 70여 년 농경중심사회에서 산업중심사회로 변화하면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반면 경제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미래를 통찰하지 못한 채 진행되었던 전국의 도시계획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문화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가 근대 이후부터 비롯된 성장 통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하면 그 속도만큼 구도심은 종전의 중심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공동화, 슬럼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중앙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제안하고 주민역량강화사업을 통해 도시재생은 물론 공동체성 회복이라는 일거양득의 정책을 내놓았다. 현재 포항시는 중앙정부로부터 신흥동, 중앙동, 송도동, 흥해읍을 도시재생구역으로 지정받아 사업에 진행 중이다.



성장 그늘에 가렸던 도시계획에 대한 성찰

포항의 중심시가지는 일제강점기 근대 도시의 틀을 갖추었다. 당시 포항면은 조선인 2598가구 6861명, 일본인 553가구 2510명 중국인 29가구 58명이 거주한 곳으로 일본이 수탈의 장으로 활용한 신흥도시였다. (포항면 호구조사 동아일보 1924년 2월 28일) 한국의 도시 대부분이 근대기 이전 전통 농경사회와 맥락을 같이하는 오래된 도시인데 비해 포항은 개항기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중심시가지에는 삶의 흔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 점에서 여타 지역의 도시와 포항의 원도심만 놓고 비교한다면 포항은 한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00년을 조금 넘긴 젊은 도시의 중심부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50년 전 포스코가 터를 잡을 즈음 포항은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한국전쟁으로 온전한 건물하나 남아있지 않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포항의 밤낮은 활기가 넘쳐났다. 이렇게 포항의 첫 단추는 모두가 열광하는 가운데 잘못 채워지고 있었다. 도시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에 걸맞은 구상이 있어야 했지만 고민하기도 전에 도심은 꽉 들어찼다. 정부주도의 중공업 육성책이 실시되어 거리곳곳에는“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구호를 걸게 하였다. 정부의 수출장려정책은 온 국민을 독려해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매진하게 했다. 우리는 책상에 지도 한 장 펼쳐놓고 내일을 이야기할 여유마저 없었던 것이다. 포항은 그 사이 인구 50만을 넘긴 중견도시로 성장했고 도시를 외곽지역까지 확장시켰다. 도시의 외적성장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포항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원도심이 도시 확장으로 인하여 중심기능을 상실하자 급속히 공동화 현상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



실수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난 유럽의 명품도시

도시의 역사는 부흥과 쇠퇴를 반복한다. 천재지변으로 소멸하지 않는 한 영원한 부흥도 영원한 쇠퇴도 없다. 도시재생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유럽의 도시들이다. 유럽의 도시 중 파리와 런던의 도시재생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이 두 도시는 역사가 깊고 그 과정에서 전쟁, 재건, 부흥, 쇠퇴, 재생, 부흥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한국의 도시들 보다 먼저 아픔을 겪고 터득한 노하우로 구도심을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바꿔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유럽의 도시들은 폐허가 된 도심을 재건하는 것보다 오히려 도시를 외곽으로 확장시키는데 더 열을 올렸다. 비용, 시간, 효율성 등을 따져봤을 때 재건보다 확장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도시의 확장은 곧바로 공동화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슬림화된 도심을 재생시킨다는 것은 재건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구했다. 거듭된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지속적인 방안이 마련되었다.

도심의 광장과 거리 곳곳에는 장소성과 공간의 특성을 녹여내는 공공프로젝트가 시행되었다. 또 도심의 가로와 경관을 어지럽혔던 빈 건물과 노후 건축물들이 정비작업 후 공공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과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안겼다. 공공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 도심의 광장과 거리를 쾌적하고 품격 높은 환경으로 탈바꿈시키자 사람들은 다시 도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새롭게 단장한 공공시설 또한 이전에 보기 흉했던 건축물들을 말끔하게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향유의 장을 탄생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었다.


유럽에서 처음 시행된 도시재생 사례는 이들의 뼈아픈 반성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한국의 도시재생과 유럽의 도시디자인

도시재생(都市再生)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도시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한국의 도시재생사업은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특정 소규모지역의 노후화, 산업쇠퇴, 인구감소에 따른 도시쇠퇴를 막기 위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하는 형태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주도와 개입하는 방식인데 비해 아직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평가이다. 한국형 도시재생은 정부가 주도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 실행하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주민들의 역할이 도시재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다양한 사업과 여기에 맞는 주민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주민들을 교육시키고 참여시켜 도시재생을 하겠다는 것이 한국형 도시재생의 방법 중 하나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공동체성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형 도시재생은 한마디로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모호하다.

유럽에서는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굳이 비슷한 의미의 말을 찾자면 도시디자인이다. 도시를 디자인하기 위한 방법이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인 것이다. 도시디자인은 정부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해 정책을 내어 놓고 실행은 민간전문가들이 공공디자인을 적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정책 입안에서 실행과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구체적이고 힘 있게 진행된다. 공공디자인은 시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물 도출을 위해 여러 상황을 반영시키면서 치밀하고 신중하게 실행된다. 대표적으로 템즈 강변에 위치한 런던시청사를 예로들 수 있다. 런던시청사는 5년간의 공사 끝에 2002년 7월에 완성한 런던의 명물이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노만 포스터(Norman Forster)는 건물 외벽전체를 유리로 디자인하였다. 문제는 건물의 외형 철구조가 완성되고 유리시공을 앞둔 시점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청사 외벽을 마감할 유리색상이 문제였던 것이다. 런던시민에게 시각적 불편함을 주지 않는 최상의 색상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기 위해서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해 유리색상을 다시 결정하는데 무려 3개월이 걸렸다. 런던의 공공디자인은 오로지 시민을 위한 디자인이다.

“도시는 그곳 사람을 닮고, 사람은 그 도시를 닮는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부분 도시들은 지역색깔을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진행된 전국의 도시재생 결과물을 비교해보면 대부분이 닮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특정지역 사례가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 금방 대다수의 도시가 비슷하게 닮아 가는데 이러한 현상의 이면은 자신감의 부재 때문이다. 포항의 도시재생은 포항다움이 오롯이 녹아나야 한다. 유럽의 세계적인 명품도시들이 그러하듯 도시는 그자체가 거대한 문화상품이다. 세계 곳곳에서 포항의 도심으로 몰려오길 기대한다. <계속>

김용진

·디자인학 박사

·디자인연구소 ZERO 소장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디자인평가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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