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 경북도민일보
도시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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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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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 잃은 원 도심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다
구 포항시 북구청 부지에 건립 중인 청소년문화의집 및 청년창업플랫폼.
구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건립 중인 포항시 북구청 및 문화팩토리.

-성장 그늘에 가렸던 도시계획에 대한 성찰

일제강점기 중앙동 일대의 지명은‘영일군 포항면 포항동’이다. 당시 지도에 나타난 포항동은 중심지로 상업시설이 집중된 혼마치(本町)로 표기되어있다. 지금의 육거리에서 시작해 구 시청 일대가 세무서, 군청, 포항신사, 경찰서, 소학교, 보통학교 등이 위치한 행정중심지였다면 지금의 중앙동은 우체국, 금융조합, 은행, 등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중심상권이었다.(1934, 조선총독부 제작, 一万分一朝鮮地形圖集成) 현재 중앙동 일대에는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건물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순수 우리 문화물은 대체적으로 잘 보존되고 있지만, 유독 근대 문화물만큼은 보존보다는 없애는 쪽으로 걸어 왔다. 포항역사가 그러했고 구 포항시청사가 그러했다. 포항은 어쩌면 역사가 단절된 도시일 수 있다.

문화유산은 도시의 역사를 씨줄날줄로 엮어 다양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생명줄이다.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00% 계획도시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시설을 두루 갖춘 도시이지만 주말만 되면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량행렬로 도로마다 몸살을 앓는다. 황량한 고원을 깎아 불과 5년 만에 완성한 도시라 일명‘과거가 없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살았던 고향을 찾거나 인근 도시에서 주말을 즐기기 위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역사가 없는 도시, 이야기가 없는 도시는 스스로 생명력을 소진시킨다. 도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지역의 공공기관 자료에 의하면 중앙동의 쇠락을 2006년 포항시 청사가 대이동으로 옮겨간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도심의 쇠락은 시청사 이전 이전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1980년대는 중앙동의 전성기였다. 아카데미극장, 시민극장, 시공간, 포항백화점, 무궁화백화점, 시민제과 등이 성업 중이던 시대이다. 일명 상업적 문화자본 전성기이다. 이들 업종이 성황을 누리던 시점 중앙동 곳곳은 사람들로 넘쳐나 거리는 어깨를 부딪쳐야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대부분의 가게는 문만 열면 물건이 없어 못 팔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미팅과 데이트코스는 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면 다음으로 시민제과에 들리는 것이 통과의례였다.

1949년 아카데미극장 앞에서 시민옥이라는 찐빵가게로 시작한 시민제과는 청춘남녀의 가슴을 들뜨게 했던 추억의 공간이었다. 비록 상업시설에 불과했지만 지금 중년의 나이를 넘기고 있는 이들의 가슴 한편에는 그때를 상기시키는 헤리티지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 시설이 없어지고 인적마저 뜸해 졌지만 중앙동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다시 꿈틀하고 있다.



-청년창업이 도시재생 추동력이다

포항의 중심상권인 중앙동이 변신 중이다. 포항시는 2018년 중앙정부로부터 중앙동 일대를 ‘중심시가지형’도시재생뉴딜사업 지구로 지정받아 도심기능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북구청사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구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건축 중에 있다. 청사에는 포항문화재단이 입주하게 되고 지역문화 아카이브를 비롯해 문화예술콘텐츠 생산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공간도 배치돼 있어 완공과 더불어 포항의‘문화팩토리’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북구청 자리에는‘청소년문화의집 및 청년창업플랫폼’이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건축 중에 있다. 청년창업플랫폼은 그동안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야 했던 청년들에게 정착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중앙동 일대의 빈 가게까지 창업공간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중앙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하드웨어라면 구 아카데미극장 일대의 골목에서는‘꿈틀로’프로젝트라는 소프트웨어 사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유휴지였던 구 아카데미극장 부지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었고, 근대기 지역의 오피니언리드들이 문화예술 담론을 싹틔웠던‘청포도다방’은 장소는 달라졌지만 의미 복원시켜 문화예술 교류의 장으로 만들었다. 빈 가게가 즐비했던 일대는 예술가들의 창작과 예술작품 판매를 위한 플랫폼으로 변화하였다.



-도시의 형태는 환경에 최적화된 결과물이다

중앙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은 크게 공공시설 중심의 하드웨어와 예술 및 주민교육프로그램 중심의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작동하는 형식이다. 형식적 측면만 보면 이미 상당한 효과가 나타났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다. 꿈틀로는 과거 아카데미극장 하나가 일대를 발 디딜 틈 없이 번성하게 했던 곳이다. 이것이 상업자본과 문화자본이 결합되었을 때 나오는 힘이다. 자연이든 인공물이든 모든 형태는 그곳 환경에 따르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결과물이 형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꿈틀로는 과거 아카데미극장이라는 환경에 맞춰진 형태이다. 당시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은 그때 그 장소성이 의식의 심연에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상업자본에 길들여진 곳을 예술의 힘만으로 부흥시킨다는 것은 장소의 상징성이 사라질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려야 가능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상업자본이 결합된 제대로 된 시설이 들어서야 한다.

특히 중심시가지의 도시재생은 성별연령별 타깃을 구분해서는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이라 할 수 없다. 도심은 소비하는 공간이다. 부흥기의 이곳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공유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구 북구청 부지와 구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굵직한 공공시설이 건설 중이라 두 시설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중앙동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청년창업플랫폼은 도심에 활기를 불어 일으킬 새로운 추동력이다. 비록 스타트 업은 되었지만 자칫 토대가 갖춰지지 않은 시장 환경으로 인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격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와 상업자본이 들어와 탄탄한 상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이에 적합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버밍엄을 통해서 본 문화와 상업자본의 성공사례

버밍엄은 런던에서 약 160㎞ 떨어진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산업혁명 이후 철강, 자동차 등 중공업 중심의 산업도시로 성장하였지만, 1970년대 산업구조변화와 도시의 외연적 확산으로 도심공동화와 슬럼화로 인해 도시는 급속하게 쇠퇴하기에 이른다. 1980년대 도시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시의원, 계획가, 건축가, 공공디자이너 등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한 결과 보행자 공간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수준 높은 디자인 건축물을 유치해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로 하였다. 먼저 민간투자를 유치해 영국 최대의 컨벤션센터(ICC)를 건립하고 전시회, 제품설명회, 팝공연, 국제회의 등이 열리게 하였다. ICC가 완공된 후 주변에는 호텔, 레스토랑, 카페가 운집하면서 1년에 17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도 창출되었다. 나아가 문화, 쇼핑, 관광, 금융, IT관련 산업육성을 위해 1990년, 버밍엄의 도심을 7개 지구로 나누어 각 지구별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였다. 버밍엄의 도시디자인 핵심은 도심 서쪽에 위치한 브린들리플레이스의 컨벤션센터 지구, 주얼리 지구, 시티센터와 연계시키고 이스트사이트와 불링, 마켓지구를 연계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불링은 광역적 쇼핑을 일으키는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된다. 2003년에 새롭게 문을 연 셀프리지(Selfridges)백화점은 개장 첫해에 3천만명이 방문하였고 빅토리아 광장에서 불링으로 이어지는 보행로의 상점들과 일부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면서 백화점 주변은 거대한 상권이 되었다. 불링은 세인트 마틴 교회 등 역사물화물과 새로운 쇼핑센터를 연계함으로써 쇼핑과 관광,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디자인의 성공사례로 남아있다. 지난 20년간 버밍엄의 남다른 노력은 쇠락의 도시를 문화와 상업의 중심이라는 독특한 장소성을 만들어 내었다.

버밍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재생의 핵심은 문화와 상업자본을 연계시켜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계속>

 

 

 

 

 

 

 

 



김용진

·디자인학 박사

·디자인연구소 ZERO 소장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디자인평가위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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