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취한 ‘독도수호’
  • 모용복선임기자
술(酒) 취한 ‘독도수호’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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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지역 고대사 논란 두고
한·중·일 3국 역사전쟁 가열
선봉장 격인 ‘동북아역사재단’
독도 관련 사업 ‘부실 투성이’
日 독도야욕 노골화하는 이때
독도 영유권 공고화사업 역행
설립취지 맞게 대수술 나서야

3년 전 취재 차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를 찾았다. 재야 사학자로 활동하는 이덕일 소장으로부터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실상과 우리 측 대응현황에 대해 듣기 위해서였다.

이 소장은 현재 한·중·일 3국간에 펼쳐지고 있는 동북아지역 고대사 논란을 두고 ‘역사전쟁’이라고 했다. 중국은 동북·서북·서남공정 등 역사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동아시아 고대사 체계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 중화권 내에서 벌어진 모든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데 혈안이다. 일본은 정부·민간 극우파 세력들이 다양한 경로로 한국 학계에 막대한 자금을 풀어 친일 역사학자를 양산 중에 있다. 이 소장은 식민사학자들이 역사학계를 완전히 장악한 결과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의 역사침략을 비판해야 할 학자들이 그에 동조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전쟁의 선봉장격인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했다. 이 소장은 “中·日 식민사관으로 무장한 학자들이 나서서 스스로 역사의 성문(城門)을 열어주고 있는 암담한 상황”이라며 “역사관련 국책기관들의 운영과 구성원 형태에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그 전 일주일간 중국 동북3성을 찾아 고구려를 비롯한 우리 고대사 왜곡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터라 이 소장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하지만 ‘식민사관’이 국내 사학계를 점령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제도권 밖 진보사학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것이라고 치부했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한 성토도 마찬가지다. 그간 이 재단에서 실시하는 포럼과 강연을 수차례 들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엊그제 한 뉴스가 3년 전 이 진보사학자의 말을 소환했다. 민주당 서동영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덕일 소장이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해 그토록 입에 거품을 물고 성토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찬탈,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 및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해 장기적인 연구와 정책대안 개발을 위해 설립된 국가기구다. 그런데 이 재단이 독도관련 사업을 주로 술집에서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재단 법인카드로 이자카야, 호프집, 칵테일바와 같은 각종 주점에서 모두 65차례에 걸쳐 1000만원 가까이 결제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꼴로 술집에 드나든 셈이다. 이 뿐만 아니다. 치과나 병원에서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1건의 결제를 여러 건으로 나눠 분할 결제하는 등 법인카드 관리지침을 어긴 사례도 상당했다.

사업추진 내용을 들여다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난해 독도주권 수호 및 해양연구사업 평균 집행률은 76%에 불과했으며, 동해명칭표기 온라인 표기오류 시정사업은 1000만원 예산 가운데 17%인 170만 원만 집행하고 사업을 완료했다.

집행률이 낮은 사업을 보면 해외 자료 수집 사업임에도 국내에서만 수집을 진행하는가 하면, 업무추진에 필요한 전문가 간담회와 자문회의·업무협의를 하지 않거나 아예 사업 담당자가 없어 정상적으로 사업 진행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산전용을 통한 사업계획변경도 수시로 행해졌다. 인건비와 경상비를 제외한 총 27개 세부사업 가운데 5개 세부사업을 제외한 22개 세부사업 62개 비목에서 예산전용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예산안 제출 당시 계획대로 추진된 사업은 18.5%에 불과했다. 대부분 사업들이 꼼꼼한 검토 없이 관성적으로 짜인 결과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우리나라 유일의 독도·역사문제 전담 국가기관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더욱 노골화 하고 있는 이때에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의 망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대응은커녕 엉터리 예산집행과 부실 사업으로 독도 영유권 공고화에 역행하고 있다. 더욱이 역사적 과업을 부여받은 학자들이 독도수호 예산으로 주점을 제 집 드나들듯 했다고 하니 통탄(痛嘆)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단 설립 취지에 걸맞은 운영을 위해 하루 바삐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이들 ‘술 취한’ 학자들의 손에 ‘독도수호’를 맡겨선 안 된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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