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겨울’이 온다는데…
  • 모용복선임기자
‘공포의 겨울’이 온다는데…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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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이틀 연속 300명 대
정은경 본부장 경고 현실로
거리두기 단계 격상 가시화
코로나는 개인생활불편 넘어
우리 경제 엄청난 피해 초래
한파에다 코로나 감염증까지
올 겨울은 이적지 경험 못한
공포의 겨울 올 것이라는데

퇴근길에 차창에 빗방울이 돋았다. 아침에 기상청의 비 예보가 이번엔 들어맞는 모양이다. 그러면 비가 온 뒤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도 맞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모레(22일)이니 이제 본격적인 겨울문턱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좋은 일은 잘 안 맞아도 궂은 일은 잘 맞는 법이다. 기상청 예보뿐만 아니라 방역당국의 예상도 현실화 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대책본부장은 지난 16일 “2~4주 후 300~4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틀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마침내 300명을 넘었다. 사흘 내내 200명대를 유지하면서 엿새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더니 그제 313명, 어제는 343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300명 대는 지난 8월 323명 이후 81일 만이다.

올해 봄, 코로나19 감염증이 대구와 경북을 휩쓸면서 생활의 불편은 컸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당장 내 하루 일과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는 세 아이를 자동차로 학교에 등교시킨다. 내 딸과 인근 아파트에 사는 쌍둥이 남매, 이렇게 세 명을 매일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학교에 데려다 준다. 그런데 그저께부터 남매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엄마가 교사로 근무하는 고등학교 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엄마가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내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하기 때문에 외할머니 댁에 가 있다 12월 초는 돼야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말이 격리지 그 불편은 엄청나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여가생활까지 모든 일상이 스톱된다. 또한 아이들과도 떨어져 지내야 하니 생이별도 이런 생이별이 없다. 코로나19 감염증은 이렇듯 엄청난 전파력 때문에 더욱 두려운 존재다. 환자 개인을 넘어 그와 접촉했거나 간접적인 접촉자라도 검사와 동시에 격리조치에 들어간다. 삶의 역사와 일상의 수레바퀴가 멈추는 순간이다.

개인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 각종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초래된다. 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대해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집단감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수칙이 강화되며, 스포츠경기장 관람이나 종교행사 참여도 최대 30%까지만 가능해진다.


노래연습장은 시설 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되며 음식 섭취가 금지되고, 유흥시설에서는 춤추기와 테이블 사이 이동이 금지된다. 음식점과 카페는 기존 150㎡ 이상 시설뿐 아니라 50㎡ 이상 시설에서도 방역수칙을 이행해야 한다. 결혼식장·장례식장, 목욕탕·오락실·실내체육시설·학원·이미용업 등 일반관리시설도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되며, 다른 일행 사이에 좌석 띄우기를 실시해야 한다.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단체룸은 50%로 인원이 제한된다.

마스크 착용 의무도 확대된다. 50㎡ 이상~150㎡ 미만 음식점·카페·제과점과 실외 스포츠경기장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집회·시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콘서트·학술행사·축제도 참석인원이 10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프로야구·축구 등 스포츠대회는 30%까지만 관중 입장이 허용되고 종교행사 역시 30% 이내로 참여가 제한되며, 종교시설이 주관하는 모임·식사·숙박 등의 행사도 금지된다.

지금은 일부지역에 한 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했지만 확진자 발생 추이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전역이 강화된 방역권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리두기 단계도 2, 3단계로 상향될 공산이 크다. 남도지역 한 지자체는 이미 2단계 시행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민생활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경제가 또다시 된서리를 맞을까 걱정이다.

건조한 겨울철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한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활동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감염되기 쉬운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12월엔 연말 모임, 성탄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가 잦아지므로 대유행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번 겨울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의 겨울을 맞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은 첫 눈이 내리는 시기이므로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다. 추수를 끝낸 농부들은 월동채비로 바쁘고 집집마다 김장 담그는 풍경이 연출된다. 김치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설도 있으니 올해는 김장을 하는 가정이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이번 주말 우리집도 김장을 담근다. 아내는 지난해보다 양을 두 배 가량 늘렸다고 한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집집마다 퍼져 나오는 고추의 매운 향에 놀라 썩 물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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