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양의 ‘크리스마스 선물’
  • 모용복선임기자
조 양의 ‘크리스마스 선물’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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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학천초 6년 조윤서 양
소아암 투병 친구들 위해
2년간 머리카락 길러 기부
코로나가 사람을 갈라놓고
세상을 혼란하게 한다 해도
조양 같은 천사가 있는 한
크리스마스 선물의 감동은
우리를 감동으로 채울 것
12월이 되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사회 곳곳에서 이런저런 온정과 미담들이 줄을 잇는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삶이 팍팍해도 그늘진 곳을 데워줄 구세군 자선냄비는 어김없이 등장할 것이고, 교회당 종소리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으로 돌아간다.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모두 가슴이 따뜻해지는 계절이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오 헨리의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수 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는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란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부부인 짐과 델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려고 하지만 돈이 없어 고민을 한다. 남편인 짐에게는 할아버지대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금시계가 있었지만 시곗줄은 낡은 가죽줄이었으며, 아내인 델라는 아름다운 금발을 가졌으면서도 장식할 머리띠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들은 결심을 한다. 델라는 금발을 잘라 그것을 판 돈으로 짐의 금시계에 어울릴 만한 시곗줄을 사고, 짐은 델라의 금발을 꾸며줄 머리띠 세트를 사서 선물한다. 하지만 이미 짐에게는 시계가 없었으며, 델라에게는 긴 금발이 사라진 뒤였다.

이들은 서로의 선물을 확인한 뒤 끌어안고 한참 동안이나 울었다. 그러나 결코 슬픔으로 인한 눈물이 아니었다. 비록 쓸모없게 된 크리스마스 선물이지만 그것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머리카락은 여성을 여성답게 하는 신체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여성이 소중히 기른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은 여성성을 포기할 만큼의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고래(古來)로부터 머리카락에 얽힌 이야기가 많이 전해온다. 고려시대 때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과 그 친구들을 대접한 역졸의 아내, 조선시대 때 시아버지의 생신상을 차려 드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봉양한 며느리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옛날옛적 이야기나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의 선물’은 여성에게 있어 머리카락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그런데 최근 이처럼 소중한 머리카락을 아픈 친구들을 위해 선뜻 기부한 초등학생이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포항시 북구에 있는 학천초등학교 6학년 조윤서(12) 양이 그 주인공이다.

조 양이 머리카락을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론보도를 통해 소아암 환자들이 투병과정에서 모발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조 양은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으레 하고 싶은 염색의 유혹도 뿌리치고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2년간이나 기른 머리카락을 최근 평소 다니는 단골 미용실을 엄마와 함께 찾아 40cm 길이로 잘랐다. 그리고 어린 암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 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는 ‘어머나 운동본부’에 기증했다.

초등학생이 암 투병 중인 친구들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할 생각을 하고, 그것을 위해 2년 동안이나 기르고 건강한 모발을 위해 관리해 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쓰고 멋을 부릴 시기다. 또한 보통의 학생이라면 부모님과 머리 염색을 놓고 실랑이를 벌일 나이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고 세상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해도 조 양과 같은 어린 천사들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한 겨울은 춥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의 감동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따뜻한 감동으로 채울 것이다. 모용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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