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은 정말 최선을 다하였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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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은 정말 최선을 다하였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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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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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엔 1966년에 데뷔했던 흘러간 한 유행가 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국민소득이 백 달러 정도 되던 까마득한 시절에 데뷔하여 54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만장일치로 그를 가요계의 황제로 추대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개런티도 없이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특집’ 방송에 출연한 것이다.

그날 공연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묻는 ‘테스형’을 열창하여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고 완곡한 여러 메시지를 남기며 본의 아니게 정치권으로 무대를 확대시키기도 하였다. 이후 방송통신 심의위원회로부터 2020년 9월 이달의 베스트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는 그 공연이 단순히 기획과 연출이 뛰어난 무대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 한 사람의 열정적인 가창력 때문에 그토록 열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시청률 면에서 바닥권을 헤매는 다른 프로그램들을 압도했기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은 더욱 아닐 성 싶다.

무엇이 70세를 훌쩍 넘긴 유행가 가수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들어올렸다가 내려놨다고 표현할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지 한번쯤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는 흘러가면 잊혀지고 마는 딴따라 외길 인생에서 곁눈질 하지 않고 오직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아주 드물게 재임기간 보다 퇴임 후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제 39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95세가 된 지금도 세계 분쟁지역 특사나 사랑의 집 짓기 대표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이다.

이는 카터가 해군 대위로 복무할 때 핵 잠수함 요원이 되고자 마지막 관문인 면접장에서 리코버 제독에게 받은 질문으로, 당시 속옷이 땀에 흥건히 젖을 정도로 긴장한 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면접장을 나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카터는 한 평생을 살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거의 모든 일에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며 이후 땅콩농장을 경영하며 조지아주 지사를 거쳐 마침대 미국의 제 3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가황 나훈아에게 ‘당신은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는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참 궁금하다.

그는 가수로서는 ‘노래를 정말 잘한다’이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공연 당일로 국한하더라도 ‘국회의원 100명보다 낫다’는 글에 ‘좋아요’가 폭발했고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일화들만 들어봐도 꽤나 멋진 사람 같기도 하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생일에 노래 세곡만 부르면 출연료로 아파트 한 채 값을 준다고 해도 가수는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해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했을 만큼 금전적 문제에는 초탈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 땅에서 당당하게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밝혔고 통제와 간섭이 싫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초청공연에는 아예 응하지도 않았다.

훈장을 준다 해도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무거운데 훈장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사양했고, 국회의원 한 번 해보라고 해도 오직 노래만 부르겠다면서 정중하게 거부한 겸손함도 있다.

800여곡을 작사, 작곡했고 2,600여곡의 노래를 불렀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기가 힘들어진다며 무대에서 내려올 시간을 찾고 있다고도 했다.

일반 대중이 보기에는 최선을 다한 노래 인생이라고 평가하겠지만 그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프로는 연습이 생명이고 나는 노래를 못 부르니까 연습실에 가장 먼저 오고 연습도 제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세는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관객을 열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카터 대통령이 항상 자신에게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를 자문하며 정상으로 발돋움 했듯이 그 자신도 돈과 명예의 유혹에도 한 눈 팔지 않고 노래의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관객도 없었고 무대에서 옷을 갈아 입으며 몇 억대의 개런티도 받지 않았던 두 시간 반 공연을 통해 누구든지 최선을 다하면 어렵고 힘든 사람의 위로가 될 수 있고 작은 수고와 헌신일 지언 정 얼마든지 삭막한 사회를 큰 감동으로 적셔낼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 주었다.

그는 한가위 공연을 통해 부단한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정상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테스형’ 노래에서 보듯 혁신으로 무장하면 70대 꼰대 세대라도 충분히 젊은 세대를 아우르고 열광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된 것인가를 온몸을 던져 불렀던 그 노래로 확인시켜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박문하 前 포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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