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논란' 선수협, 최동원 등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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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비 논란' 선수협, 최동원 등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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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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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은 온데간데없다. 어느샌가 고액연봉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 회장도 더는 선수 전체를 대변하는 명예로운 자리가 아니다. 떠맡기 싫은 귀찮은 자리일 뿐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무총장의 판공비가 문제로 떠오르더니 회장의 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이 불거졌다.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진화에 나섰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판공비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현금 지급, 그리고 셀프 인상 여부다. 김태현 사무총장과 이대호 회장 모두 판공비를 법인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받아 사용했다. 사무총장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지적돼 법인카드를 발급받은 뒤로도 자택 인근에서 사용한 점 등이 물의를 빚었다.

셀프 인상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이대호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회장으로 선임되기 전, 누가 될지 모르는 다음 회장을 위해 판공비를 올리자고 건의했던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판공비를 올리지 않으면 회장을 맡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2400만원이었던 판공비가 6000만원으로 인상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회장이 제대로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판공비가 올라야 한다는 명분은 괜찮지만, 본인이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판공비를 올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논란 속에 김태현 사무총장, 이대호 회장은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선수협 회장의 거듭된 불명예 퇴장이다. 선수협은 오는 7일 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 투표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지만, 투표로 선출된 인물이 회장직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회장이 논란을 남기고 씁쓸하게 퇴장하는 일이 선수협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엔 이호준 회장(현 NC 다이노스 타격코치)이 ‘메리트 논란’ 속에 사퇴했다. 사퇴하는 모양새가 이번 이대호 회장과 비슷했다. 메리트는 승리 수당을 뜻하는 말로, 2015년까지 구단들이 암암리에 선수단에 지급하다 2016년부터 폐지했다.

이호준 회장도 리더십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선수협이 메리트 제도 부활을 요구하며 팬 사인회를 보이콧하고 있다는 보도에 치명상을 입었다. 즉각 기자회견을 개최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결국 자리를 내놓게 됐다. 그래도 당시에는 선수들의 권익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선수협의 탄생 과정을 돌아보자. 1988년 고 최동원이 중심에 서서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무쇠팔’을 걷어붙였다. 그로 인해 최동원은 롯데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되는 ‘보복’을 당했다. 2000년 1월 감격스러운 출범을 맞이하며 초대 회장 ‘송골매’ 송진우가 조직을 이끌기까지도 적지 않은 희생이 따랐다.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 잘나가는 선배들이 자기 돈과 시간을 바쳐 탄생시키고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것이 선수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당시의 희생과 헌신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맡고 싶지도 않았다”는 이대호 회장의 볼멘소리가 선수협의 현주소다.

차기 회장 투표는 이미 진행됐다.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양의지(NC), 김현수(LG 트윈스)가 유력 후보로 알려졌다. 그 둘은 회장을 맡아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 2년 가까이 비어 있던 자리를 떠맡았던 이대호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협 회장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상처 입은 ‘선수 이대호’의 이미지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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